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부문에 투자 열풍이 불고 있지만 기대수익 미달시 장기적인 투자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경고가 나왔다. 과도한 낙관론과 막대한 자금 쏠림이 과거 닷컴버블 붕괴 같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단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BIS는 28일(현지시간) 연례 경제보고서를 통해 현재 AI 투자 열풍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했다. BIS는 "AI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AI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급격히 줄일 수 있다"면서 "이 경우 현재의 설비투자 붐이 장기적인 투자 침체로 바뀌면서 금융 시장에 연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S는 AI에 대한 낙관론이 세계 경제 성장에 중요한 원동력이 됐으며 향후 10년간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과거 기술 혁신이 항상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1830년대 운하 건설 붐, 1840년대 영국 철도 투자,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이들 사례는 모두 실제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했지만 실제 사업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에 비해 과도한 자금이 몰렸고 결국 투자 붕괴와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BIS는 이번 AI 투자 열풍도 공급망 병목과 치열한 경쟁이 맞물리면서 과잉투자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부채와 복잡한 금융 구조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점 역시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AI 관련 주가 급락이 발생할 경우 과거보다 파급력도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의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높아진 데다 AI 투자 확대를 위해 발행된 대규모 회사채가 금융시장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은 AI 투자를 위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경쟁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JP모간은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3000억달러(약 460조원) 이상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스페이스X는 역대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를 마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채권 발행을 통해 250억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한편 BIS는 이번 보고서에서 AI 투자 열풍뿐 아니라 공공부채 급증과 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도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높은 국가부채와 공급 충격이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착화될 수 있으며 정부 부채 증가와 금융시장 취약성이 맞물리면서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사무총장은 "물가 안정과 재정 건전성, 금융 안정은 함께 관리돼야 한다"며 "필요한 정책 대응을 미루면 조정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