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잔해 속 생후 18일 아기 지켰다…베네수엘라 '기적의 생환'

김소영 기자
2026.07.01 09:07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지 18일 된 신생아와 산모가 강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 더미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다. /사진=BBC 갈무리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연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00명에 육박한 가운데 태어난 지 18일 된 신생아와 산모가 무너진 아파트 잔해 더미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난 29일(현지 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북부 라과이라주에 거주하는 다야나 파티뇨는 지난 24일 오후 지진 당시 아파트 8층에서 설거지하던 중 흔들림이 시작되자 갓 태어난 아들 후안 다비드를 끌어안았다.

다야나는 "'가벼운 진동일 뿐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건물이 무너졌다. 몸이 붕 떴다가 이내 물과 흙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더라. 날아가는 와중에도 어떻게 아기를 놓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차분히 구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다야나는 "근처에서 목소리나 발소리가 들릴 때 소리를 지르려고 힘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당시 다야나의 왼쪽 다리는 콘크리트 밑에 깔려 있었고 바위가 관자놀이 부근을 짓누르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다야나는 잔해 틈으로 비치는 작은 빛과 발아래 놓인 성경책을 보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다야나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려고 코에 손을 갖다 대곤 했다"며 "아이가 살아있는 한 나도 살아있을 거라 생각하고 깨어 있으려 정신을 바짝 차렸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지 18일 된 신생아가 강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 더미에서 극적으로 구조되는 모습. /사진=뉴욕포스트 갈무리

곧 자신을 찾는 가족 목소리가 들리자 다야나는 있는 힘껏 "여기 있다"고 소리쳤다. 그는 "속으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외쳤다"며 "가족이 '구조될 때까지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해 마음이 놓였다"고 전했다.

수 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다야나 모자는 이튿날 오전 무사히 구조됐다. 다야나는 두 다리를 다쳤지만 아들 후안은 경미한 부상만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구조 소식은 베네수엘라에서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남편 헤르손은 아내와 아들이 구조된 순간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SNS(소셜미디어)에 확산한 구조 당시 영상엔 헤르손이 아기를 품에 안고 눈을 꼭 감은 채 감격하는 모습이 담겼다.

헤르손은 BBC와 인터뷰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내와 아들이 죽은 줄 알았는데 아기를 보는 순간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제 삶에 다시 생기가 돌아온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들 가족은 이번 대지진으로 모든 살림을 잃고 반려견도 아직 실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거의 모든 걸 잃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잃어버린 모든 걸 재건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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