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또 엇박자 판결… 위기의 트럼프

양성희 기자
2026.07.02 04:04

수정 헌법에 따라 '출생 시민권 금지' 행정명령 효력 정지
우편투표 유효·성추행 상고 기각 등 '연패'… 타격 불가피

보수우위(보수성향 6명, 진보성향 3명) 구도의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제와 엇박자를 내는 판결·결정을 추가로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출산관광' 막으려 했지만…=대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법관 6대3 의견으로 '출생시민권'을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효력을 정지시켰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한 수정헌법 14조에 따른 판단이다. 판결문을 작성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수정헌법 제정자들은 이 땅에서 자유롭게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우리 정치공동체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를 줬고 우리는 오늘날에도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판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20일 미국에 불법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출생시민권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것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미국에 큰 불행"이라며 출생시민권 제한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가 해임한 연준 이사 자리 지킨다=전날에도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판결·결정을 연이어 내렸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에 대해 본안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사직을 유지하도록 결정했다. 해임사유는 주택담보대출 사기의혹이었는데 쿡 이사는 해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원하는 만큼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연준과 대립해왔다.

또 대법원은 선거일 이후라도 일정기간 안에 도착한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집계하는 일부 주의 제도에 대해 공화당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편투표 유권자 중엔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돼 이번 판결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성추행사건에 대한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션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500만달러(약 78억원)를 배상하도록 한 원심판결이 유지된 것이다.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 버그도프굿맨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1심에서 성폭행을 성추행으로 바꿔 인정했고 2심도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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