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한듯 안한듯 '노네일' 뭐기에…맨손톱, 지위의 상징으로[트민자]

조한송 기자
2026.07.12 06:15

[트민자] "시크해보이고 우아해" 전세계 확산하는 노네일 열풍

틱톡 갈무리

'시간이 얼마나 절약되는지, 휴가지에서 손톱 망가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삶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지는지… 진짜 너무 좋아.'

'맨손톱이 지위의 상징으로 유행하는 하루를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 'barenails(맨손톱)'를 검색하면 수만개의 게시물이 연이어 등장한다. 본인의 맨 손톱을 드러내며 자연스러운 멋을 강조하거나 이러한 열풍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는 물론, 뉴욕 패션위크에 선 모델들도 짧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의 손톱을 선보인다. 길고 화려한 손톱이 유행하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네일숍과 매니큐어 브랜드들도 누드 및 핑크 톤을 찾는 이들이 급증했다고 말한다. 아예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가 단순한 취향을 넘어 개인의 부와 여유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트렌드는 복잡한 뷰티 의식에 반대하는 저항의 외침이 됐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 인공처럼 소수의 특권층이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시간 아까워" 네일아트 끊는 여성들
25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홀C에서 열린 국제 뷰티 엑스포 코리아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네일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NYT는 최근 맨손톱이 유행하는 현상에 대해 조명했다. 인플루언서인 발레리아 리포베츠키도 노네일 열풍을 이끈 인물 중 한명이다. 그는 2년 전 정기적으로 손톱 관리를 받던 습관을 버렸다. 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네일 아트를 끊은 이후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며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그가 지난해 이런 결정에 대해 게시한 영상은 3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최근 들어 공유와 조회수가 다시 급증했다. 재정 분야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전 JP모간 직원이었던 비비안 투 역시 이 영상을 보고 화려하게 꾸미던 네일 습관을 버렸다. 그녀는 "네일숍에 90분 동안 앉아 있는 것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여성 기업가인 카티아 보샹은 편리함이 맨손톱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한다. '빅토리아 베컴 뷰티'의 전 CEO이자 버치박스의 공동 창립자인 그는 "손톱을 날 것 그대로 두면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는, 혹은 몇 분 만에 준비를 마칠 수 있다는 엄청난 자유를 얻게 된다"라고 말했다. 보샹은 이번 여름 맨 손톱을 테마로 한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관리받은 노네일, 깨끗한 손톱을 뽐내기 위한 모순

이들이 네일숍을 아예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색상을 바르지 않을 뿐, 큐티클을 깔끔하게 정리하거나 손톱 모양을 예쁘게 다듬는 기본 관리를 받으러 여전히 네일숍을 향한다. 네일숍에는 '보이지 않는 프렌치 매니큐어'라고 불리는 선택지가 있고 손톱 영양제 같은 제품 시장도 여전히 인기다. 아무것도 안 바른 것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네일 케어 제품 시장은 2030년까지 51억달러(약 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브루클린에 4개의 지점을 둔 네일숍은 고객 중 절반이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고객의 약 70%가 더 대담한 색상과 복잡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요구했던 1년 전과 대조적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최진순 네일 아티스트는 런웨이 백스테이지에서 큐티클 오일과 핸드크림만으로 모델들의 손톱을 관리했다. 그녀는 "최근 미니멀하고 자연스러우며 건강해 보이는 네일을 많이 작업하고 있다"고 말한다.

틱톡 갈무리
"우아함과 절제의 미학" VS "계급주의 배타성 내포"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깨끗한 손은 오랫동안 동서양 상류층이 지켜온 '우아함과 절제'의 역사적 전통으로 평가받았다. 가령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는 평생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손톱이나 아주 연한 핑크빛(스킨톤) 네일만 발랐다. 최근 몇 년 동안 '클린걸(화장기가 거의 없는 깨끗한 피부,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뉴트럴 톤의 옷을 입는 스타일)' 미학이 확산하면서 단정한 네일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노네일 문화가 계급주의와 배타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과시(시그널링)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를 '카운터 시그널링'이라고도 한다. 뷰티 에디터인 크리스티나 로둘포는 NYT에 "사람들은 자신이 아름다움을 위해 몇 시간씩 공을 들이지 않는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맨손톱을 지나치게 칭송하는 것이 흑인 및 이민자 커뮤니티에 뿌리를 둔 정교한 네일 아트 전통을 폄하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대만계 뉴욕 기반 네일 아티스트 아메야 오카모토는 "자기표현을 '싸구려' 같거나 '하류 계급'의 것으로 낙인찍는다면 흑인의 땋은 머리를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하거나 이민자의 음식을 냄새난다고 낙인찍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