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락 걸며 싹트는 로맨스? '프사기' 대신 진정성 택한 Z세대[트민자]

헤드락 걸며 싹트는 로맨스? '프사기' 대신 진정성 택한 Z세대[트민자]

조한송 기자
2026.06.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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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사는 타스님 사주(22)는 올해 밸런타인데이에 브루클린의 한 레슬링장에서 열린 스피드 데이팅 행사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마음에 드는 상대와 레슬링 링에 올라 짧은 경기를 치른 뒤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사주는 "데이팅 앱에서는 대화만 이어지다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뭔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데이팅 앱을 떠나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함께 달리기를 하거나 운동을 즐기고 심지어 레슬링 경기까지 벌이며 상대를 찾는 이색 만남이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상대를 찾기 위해 끝없이 화면을 넘기는 데 지친 이들이 관심사와 취미를 매개로 한 새로운 만남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프라인 모임 찾는 남녀들…이색 레슬링 데이트도 인기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데이팅 문화를 조명했다. 지난 2월 브루클린에서 열린 레슬링 스피드 데이트 행사에는 18~24세 남녀 10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 뒤 마음에 드는 상대와 레슬링을 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이 밖에도 함께 달리기, 보드게임, 피클볼 등을 즐기는 모임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친구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지인을 소개하는 이른바 '파워포인트 데이팅' 행사도 인기가 많다. 지난해 여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대형 얼음땡 게임을 비롯해 '전 애인(또는 애매한 관계의 사람)과 싸우는 복싱 레이브 파티' 모임 등이 열리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개리 레반도프스키 몬머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상의 우리 모습은 고도로 꾸며져 있다 보니 사람들은 날 것 그대로의 진정성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주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보다 함께 달리기하거나 피클볼 경기를 하는 것이 상대방과 장벽을 허물고 더 빨리 친해지는 방법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일도 사랑도 효율…헬스장 '깜짝 만남' 노리는 젠지

이 같은 흐름은 피트니스 데이팅 앱의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서프'나 같은 헬스장 이용자 간 만남을 돕는 '레그데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서비스는 공통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동시에 운동과 만남을 한 번에 해결하려는 젊은층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내숭 떨기나 체면치레를 찾아보기 어렵다. 고된 운동을 함께 수행하며 서로의 가감 없는 모습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피트니스 데이팅 앱만의 매력으로 꼽힌다.

NYT는 Z세대는 피트니스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고 있으며 술이나 유흥엔 돈을 덜 쓰고 있는데 이런 생활 습관의 변화가 데이팅 앱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강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헬스장이 더 많은 이들의 모임 장소가 됐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라 솔로몬 노스웨스턴대학교 겸임교수는 "헬스장 스케줄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앱은 일정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장점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루틴화된 삶을 지키고자 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운동도 하고 사랑도 찾는 일석이조의 효과로 인기를 얻고 있단 얘기다.

섬세한 사랑 찾기 시작한 젠지…"앱이 상호 동의 과정 대신해 줘 "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기존 데이팅 앱에 대한 피로감도 자리한다. 2012년 출시된 틴더는 손가락 하나로 화면을 넘겨 상대를 고르는 '스와이프' 기능으로 데이트 문화를 바꿔놨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선택지 속에서 상대를 골라야 하는 피로감도 함께 키웠다. 최근 등장한 서비스들은 외모보다 관심사와 가치관을 강조하고 온라인 대화보다 실제 만남으로 빠르게 이어지도록 설계되는 이유다.

NYT는 이벤트형 데이팅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젊은 층들이 현실 세계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주저하고 타인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 역시 경계한다는 것이다. 헬스장이나 공공장소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더라도 직접 말을 거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앱이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레반도프스키 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앱들은 상호 동의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머리 위에 커다란 초록색 신호등을 켜고 '자, 나한테 다가와도 좋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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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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