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 대한 선 넘은 조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과 문구는 한 나라 정상이 다른 나라 정상을 겨냥했다고 보기에 믿기 어려울 정도다. 자신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멜로니 총리 이미지를 조작해 '접근금지 명령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마치 자신에게 집착하는 사람인 듯이 희화화한 것이다.
멜로니 총리를 향한 조롱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엔 이탈리아 매체 인터뷰에서 "(G7 정상회의에서) 멜로니 총리가 나와 사진 촬영을 애원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한때 가까운 사이였으나 이탈리아가 이란전쟁에서 미군에 기지 사용을 불허한 것을 계기로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을 공격하고 멜로니 총리가 이를 비판하면서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정상 비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알레산드로 마로네 로마 국제문제연구소 국방프로그램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감정과 인식이 외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애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 국가들에 대한 불만을 재차 드러내기 위해 여성 지도자를 '본보기'로 겨냥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 매체 MS나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 지도자들을 주로 공격하고 비하한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등 여성 정상들을 '이 여자'라고 칭하는 식이다.
이탈리아와 유럽 국가들은 거듭된 조롱에 무대응 기조다. 멜로니 총리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고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사람은 오고 가지만 (국가간) 관계는 지속돼야 한다"며 "대서양 관계는 각각의 발언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서 도발을 즐기지만 우리는 동맹국간 갈등을 키우지 않기 위해 발언에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다 못해 나선 테오 프랑켄 벨기에 국방장관의 말에 유럽의 속내가 담긴 듯하다. "멜로니 총리를 건드리지 말라, 멜로니 총리를 가만히 내버려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