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이 런던에서 영업하는 투자은행(IB)들의 아시아 주식 투자 위험 점검에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아시아 AI 반도체 주가 변동성이 국제 금융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란은행 산하 건전성감독청(PRA)은 런던 소재 투자은행의 프라임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 사업 점검에 착수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점검은 이들 사업부가 아시아 주식에 과도하게 집중된 투자 위험 노출을 안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프라임브로커리지는 투자은행이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에 자금을 빌려주고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다. FT에 따르면 과거 틈새시장이었던 이 사업은 최근 AI 관련 종목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고객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오르자 이를 담보로 한 레버리지 규모도 함께 불어났다. 규모가 커진 만큼 위험도 커졌다. 레버리지 투자로 단기간 큰 손실이 발생하면 고객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고, 자금을 빌려준 투자은행도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AI(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주식 거래가 급증하면서 이런 위험에 대한 우려도 증폭했다. FT는 "주요 투자은행들은 런던 법인을 통해 헤지펀드나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아시아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며 "헤지펀드와 기타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SK하이닉스, 대만 TSMC, 중국 캠브리콘 테크놀로지 등 AI 반도체 관련 아시아 기업에 앞다퉈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급락과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CXMT의 폭등 사례를 언급하며 아시아 AI 반도체 주식의 변동성 우려를 지적했다.
영란은행 관계자들은 프라임브로커 고객들이 옵션을 활용해 아시아 시장에서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고, 일부는 거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위기 발생 시 자금을 빠르게 빼낼 수 있는 아시아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거래 규모를 확대하는지도 점검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영란은행은 조사 결과에 따라 은행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들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거나 감독 당국이 업계 전반에 경고 메시지를 낼 수 있다. 또 특정 은행의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면 시장 급락, 대형 고객 부도 등에 대응해 더 많은 유동성 자산 보유를 요구하는 등의 감독 강화에 나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