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사상 최대 하락세를 기록하자 외신들이 국내 투자자들의 패닉셀 분위기를 비중있게 전했다. 외신들은 SK하이닉스(1,334,000원 ▼67,000 -4.78%) 비중이 높은 코스피 시장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매일 리밸런싱 거래를 가동하면서 변동성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SK하이닉스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탓에 코스피 지수는 오전 13%까지 급락하며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며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20분간 이틀 연속 발동된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코스피에서는 개인이 2조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보다 더 컸다. 블룸버그는 국내 소셜미디어(SNS)에 드러난 패닉셀 상황을 묘사하며 분위기를 전달했다. 한 사용자는 스레드에 한때 6억원을 넘겼던 수익이 이번 주 들어 누적 손실 7억 원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사용자는 결혼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률이 40%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윤준원 DS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사람들이 마치 도망치는 것 같다"며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이러한 대규모 매도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이는 비이성적인 매도"라고 말했다. 임로이 삼성증권 주식 영업 담당자는 "이런 날에는 보통 자리를 비울 수 없고, 거래가 중단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겨우 몇 분 쉴 수 있다"며 "시장의 위험 회피 움직임은 관세 부과 시기나 이란 전쟁 시기보다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국내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ETF 접근성 제한하는 추가조치를 예고했다며 대응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레버리지 ETF는 투자자들이 매입하면 수익률을 증폭하기 위해 기초자산 주식과 파생상품을 함께 매수한다. 거래일마다 리밸런싱 거래가 일어나면서 상승·하락 방향 모두에서 변동성을 키웠다. 특히 SK하이닉스 ADR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미국 뉴욕 증시에 출시된 레버리지 ETF 상품의 변동성은 더 커졌다.
로이터 통신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210,000원 ▲1,500 +0.72%)가 비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코스피 구조를 주목했다. "레버리지 ETF가 너무 많은 돈을 몰고 있어 시장을 재편하고 변동성을 부추기며, 규제 당국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극한의 국가 자본주의와 시장투기를 섞어놓은 실험장"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며 투자자들이 이미 1~2년 안에 메모리 칩 신규 공급으로 가격과 수익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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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회의론이 반도체 업계 전반에 퍼진 점도 폭락 원인으로 꼽힌다. 빅테크 기업에 몰리는 막대한 투자금에 비해 데이터센터 구축 등 사업 타당성에 대한 회의감이 번지고 있다. 이는 SK하이닉스 실적발표에서도 드러났다. 시장은 자본 지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트레이딩 플랫폼 이토로의 조쉬 길버트 아시아 태평양 및 중동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가 40조원까지 자본 지출을 늘리면서도 주주 수익률이나 장기 계약 가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어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비중이 큰 만큼, 두 회사가 함께 무너질 경우 숨을 곳이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