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가"…AI 노스트라다무스 몰락 이유, '텍사스 헤지'[경제키워드]

백소희 기자
2026.08.20 16:53
미국 뉴욕 월가의 동상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 2025.11.11. /사진=성시호 shsung@

인공지능(AI) 관련주에 집중 투자했다가 지난달 AI 폭락장 후 대거 손실을 입고 헐값 매각에 나섰던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의 투자 방식은 이른바 '텍사스 헤지(Texas hedge)'로 알려졌다.

전 오픈AI 연구원 출신인 리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세운 이 펀드는 반도체 제조업체부터 인프라 제공업체에 이르기까지 AI 종목에 집중 투자하면서 수혜주를 골라내는 펀드로 이름을 알렸다. 동시에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등 AI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하는 전략을 취했다.

헤지펀드들은 일반적으로 특정 주식의 상승에 베팅하는 '롱' 포지션을 잡으면 동시에 하락에 베팅하는 '숏' 포지션으로 위험을 상쇄한다. 시추에이셔널의 경우 문제는 롱(매수)·숏(매도) 포지션이 서로 리스크를 상쇄하기는커녕 오히려 같은 방향의 베팅을 증폭시키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이처럼 위험을 줄이기 위한 헤지 대신 같은 투자 방향에 대한 베팅을 확대하는 전략을 '텍사스 헤지'라고 한다. 텍사스 목장주들이 이미 소를 보유한 상태에서 소 선물을 매도해서 소 가격 하락 리스크를 헤지하는 대신 소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소 선물 계약을 사들이며 위험을 배로 늘린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시추에이셔널은 포지션을 확대하기 위해 차입금도 적극 활용했다. 자기자본 대비 약 4배(400%)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일으켰는데, 이는 통상적인 변동성 주식 거래 펀드들이 사용하는 레버리지 수준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시추에이셔널은 한때 자산 규모가 450억달러(약 60조원)까지 불어났으나 AI 인프라 관련주 급락으로 위기를 맞았다. SK하이닉스, 샌디스크, 네비우스 등 주요 보유 종목이 한 달 새 30% 이상 폭락했다. 펀드 자산은 450억달러에서 약 100억달러로 한 달여 만에 77% 급감했다.

골드만삭스,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주요 은행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나섰다. 시추에이셔널은 결국 보유 중이던 상장 주식 포트폴리오 전체를 헤지펀드 시타델에 매각했다. 시타델은 시가 대비 약 10% 할인된 가격에 이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상장 주식은 전부 처분한 반면, 비상장 기업 지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앤트로픽 지분은 팔지 않고 남겨뒀다.

한편 아셴브레너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펀드의 레버리지를 모두 없앴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가 레버리지 전략을 철회하고 상장사 대신 비상장 성장주에 투자를 이어가자 실리콘밸리 기반 투자자들의 자금 출자 문의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시추에이셔널은 당분간 신규 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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