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떨어뜨린다" 비판도 있지만...1020 광장 모여든 이유[트민자]

백소희 기자
2026.09.13 06:30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2026년 8월 30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아우라 배틀(aura battle)'에 참가자들이 동작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예술궁전 앞 광장. 10~20대 관중들이 두 사람을 에워싸며 원을 형성했다. 두 사람은 짧은 춤을 추거나 간단한 동작을 하면서 경쟁적으로 관중 호응을 이끌어냈다. 절제된 춤이나 노래 등 공연을 선보인 건 아니었다. 틱톡에서 유행했던 '6-7', '뮤잉' 등 밈(Meme) 동작을 과장되게 반복하는 식이다.

밈 동작이 스포츠 배틀로 진화한 이른바 '아우라배틀(aura battle)'이다. 이 대결의 핵심은 '터무니없음'이다. 뚜렷한 심사 기준이나 규칙도 없다. 고난도 동작을 한다고 우승자가 되는 건 아니다.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아우라배틀의 우승자는 거대한 흰색 샌들을 소품 삼아 상대방을 말처럼 올가미로 묶어 끌고 가는 흉내를 낸 칼레드 로살레스 살라자르가 차지했다. 그는 상금으로 3000페소(약 177달러)를 받았다.

/사진=인스타그램 계정(@leprensariobamba)

CNN에 따르면 아우라배틀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차이나타운 등 라틴 아메리카 최소 8개 국가에서 열렸다. 대회마다 상금은 다르지만 대개 200달러 미만의 소액이고 우승자 타이틀만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멕시코시티 아우라배틀 주최자인 알디르 곤살레스는 AFP통신에 "가장 멋있어 보이고, 가장 잘 뽐내고, 가장 많이 웃기고, 가장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고 우승 기준을 설명했다.

소셜미디어(SNS)상 바이럴이 주 목적인 셈이다. 브라질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빅터 가브리엘 투리뉴 카마르고는 아우라배틀을 여러번 개최해 참가자 200여명을 모았다. 그는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것을 현실로 가져와 어린 시절 놀이와 결합한 것"이라며 "젊은 층에게 현실의 삶이 진정성 있는 순간들로 가득하고 여전히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행사"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보트 소년' 밈 확산…아우라 파밍에서 유래

인도네시아 리아우주 쿠안탄강에서 열린 파추 잘루르(Pacu Jalur) 전통 보트 경주 축제중 뱃머리에서 춤을 추며 SNS에서 화제를 모은 11세 소년 레이얀 아르칸 디카(왼쪽)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5.8.21 ⓒ AFP=뉴스1

아우라 배틀은 2024년부터 등장한 '아우라 파밍(aura farming)'이라는 신조어에서 유래했다. 기운이나 분위기를 뜻하는 '아우라'와 경험치를 쌓는다는 게임 용어 '파밍'의 합성어로, 애쓰지 않고도 무심한 듯 멋있는 행동을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보트 소년' 영상이 바이럴되면서 이 용어도 함께 퍼졌다. 해당 영상에는 인도네시아의 11세 소년 라이얀 아르칸 디카가 빠르게 달리는 뱃머리에서 다리로만 중심을 잡으며 태연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디카는 무표정한 얼굴로 양손을 좌우로 교차하거나 물레방아처럼 돌리는 독특한 응원춤을 선보였다.

'인도네시아 보트 소년' 영상은 SNS에서 수백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고 전 세계 운동선수와 유명인사들이 이 영상을 따라 만들었다. 트래비스 켈시 NFL 선수는 디카를 흉내낸 영상을 올리면서 아우라 파밍 해시태그를 함께 달았다. 이 영상은 14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아우라 파밍은 운동선수나 유명인을 찬양하는 등 여러 상황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앤디 번햄 영국 총리는 지난 7월 공식 취임한 직후 X계정에 구독자 2000만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더 커리어 래더'와의 인터뷰를 게시했다. 이를 두고 한 영국 매체에는 "무심한 듯 쿨한 이미지로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전략'이라며 아우라 파밍 용어를 사용해 분석했다.

SNS 벗어나 현실 소통 욕구 반영

2026년 8월 30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아우라 배틀(aura battle)'에서 관중들이 박수치고 웃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아우라배틀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중문화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브라질 쿠이아바시의 아빌리우 브루니니 시장은 지난 7월 시내 주요 공공장소에서 아우라배틀 개최를 금지했다. 그는 "공식적인 허가 요청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 대회를 개최할 공익적인 이익이 없다"며 "교화적이지 않은 문화를 조장하는 등 이 행사를 개최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67가지나 된다"고 말했다.

반대편에서는 청소년들이 밈의 주요 공간인 SNS 플랫폼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반영했다고 해석한다. 이들은 또래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추구할 수 있는 자유롭고 비폭력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데 주목한다. CNN은 과거 포켓몬 카드, 베이블레이드(팽이배틀), 랩 가사를 무기로 삼아 경쟁했던 문화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미권과 스페인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퍼진 데는 열린 장소에 함께 모여 축제를 벌이는 데 익숙한 라틴 문화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레데릭 루이스 알다마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의 인문학과 교수는 "이러한 활동들은 분명히 집단적이고 공공적이며 개인 대 개인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라틴 아메리카에는 광장, 안뜰, 공원에 모이는 오랜 역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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