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미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 EU의 '준회원국(associate member)'이 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출 지원에 동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에 따르면 EU와 캐나다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준회원국' 지위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U도 캐나다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에 열린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와 EU는 특히 에너지와 인공지능(AI), 방위산업, 핵심광물 등 전략적 공급망에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 중이다. 해저케이블 설치와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저장시설·위성 네트워크 공동 건설, 캐나다산 에너지를 유럽으로 수송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검토 중이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 무역 전쟁이 벌어지는 수개월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주요 유럽 지도자들과 전화 및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특히 캐나다 국민이 비자 없이 EU에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별도의 새로운 지위를 도입하는 방안에 신중한 입장도 적잖다. EU에 가입하지 않고도 협력 중인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 내 다른 국가와 기존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EU 회원국 27개국 중 약 10개국은 농민 피해 우려를 이유로 2017년부터 잠정 시행 중인 캐나다와의 무역협정도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캐나다는 다음달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캐나다·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대출 지원을 EU와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유로(약 140조원) 규모의 대출 지원에 동참하기 위함이다. 캐나다가 우크라이나 대출 지원에 참여하면 EU 비회원국 중 영국에 이어 두 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대출 지원 동참은 EU가 주도해온 것으로 이들에 연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캐나다는 이미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배정해왔고, 지난 10일엔 방공 요격 미사일 확보를 위한 지원 패키지에도 합의했다.
마크 카밀레리 캐나다-EU 무역투자협회장은 "경제 안보 맥락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윤곽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캐나다와 EU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다면 이는 영국과 노르웨이, 일본, 호주 등 다른 우방국에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캐나다가 이같이 전방위적으로 EU와 밀착 행보를 보이는 것은 미국과 관세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산 자동차와 유제품, 주류 수출이 차별받고 있다며 20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도 지난 8일 약 2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날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 후 취재진과 만나 캐나다가 미국 농민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관세 철폐를 미·캐나다 무역 합의의 조건으로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