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쟁(국방)부가 이란 전쟁으로 탄약을 비롯한 군수품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약 부족 의혹을 줄곧 부인해온 것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14일(현지시간) CNN·NBC 등에 따르면 전쟁부 감찰관은 이란 전쟁 발발 후 넉 달간 소모된 비용이 약 334억달러(약 45조5141억원)로 추산된다는 내용의 첫 피해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 2월28일부터 6월30일까지 넉 달간을 다룬다. 이란 전쟁의 비용과 범위, 미군과 전쟁부 및 관련 기관과 걸프만 국가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결과다.
이란과의 전쟁에 소요된 비용은 약 334억달러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소모된 탄약 비용 223억달러, 장비 손실액 37억달러, 기타 지출액 74억달러가 포함됐다. 파손 시설 복구 비용은 제외한 수치다. 이라크·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4개국에서만 2억800만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여기에는 외교시설 피해 1억8400만달러와 건설사업 지연에 따른 추가 손실 2500만달러가 포함됐다. 전쟁 발발 초기에는 2만 명이 넘는 미군 및 외교관이 몇 주에 걸쳐 다른 곳으로 피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전쟁 발발 후 첫 4개월간 군사 장비, 항공기, 기타 물자에 발생한 피해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이 기간 최소 30대의 대형 미군 드론이 파괴됐다. 항공기 피해도 상당했다. F-15E 전투기 4대와 F-35A 합동타격전투기 1대, A-10 워트호그 1대가 파괴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KC-135 공중급유기 12대와 기타 항공기 9대도 파괴됐다.
보고서에는 "탄약 소모로 인해 전략적 재고 부족이 발생했으며, 탄약 재보급 과정에서 방위산업 기반의 병목 현상이 드러났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같은 내용은 트럼프 행정부가 탄약 부족 의혹을 줄곧 부인해온 것과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사실상 무제한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탄약 부족 보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전쟁 피해로 중동 지역에서 미군 보급이 상당 부분 지연됐다. 특히 이란이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바레인 주둔 미 해군의 주요 물류기지를 공격했다는 사실이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훙차오 미 해군 장관 대행은 지난주 바레인 해군지원기지(NASB)의 피해에 대해 "완전히 초토화됐다"고 밝혔다.
외딴 인도양 섬인 디에고가르시아가 미군의 해상 물류 허브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보급 주기는 14~18일로 늘어났다. 간헐적인 보급품 부족과 군 지역 우편 시스템 중단도 발생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적절한 해군기지와 지원항구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란 전쟁 후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중동 지역에서 인력·자산·저장시설을 재배치했다. 여기에는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육군 의료후송 헬리콥터를 철수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대부분의 의료후송이 육로를 통해 지역 치료시설로 이뤄지게 됐다. CNN에 따르면 군과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전쟁이 최종적으로 종식되면 중동에서 미군 인력과 시설을 영구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