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4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텍사스주 역사상 최장수 주지사에 도전한다. 애벗 주지사는 낮은 세금과 일자리 창출, 보수적 사회 정책을 앞세운 이른바 '텍사스 모델'을 선거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의 임기 동안 텍사스는 떠오르는 금융 중심지 '욜가(Y'all Street)'로 탈바꿈했다. 애벗 주지사는 이제 텍사스를 'AI 개발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단 AI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반발 여론은 숙제다.
애벗 주지사의 정치 인생에서 소송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1957년 텍사스에서 태어난 그는 1984년 텍사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지 1년 만에 나무가 쓰러지며 등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이 사고가 오히려 공직에 헌신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최초의 텍사스 주지사이자, 주 역사상 가장 오래 법무장관직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2002년에는 주 법무장관 선거에 당선돼 12년간 재임하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상대로 트렌스젠더·의료 개혁·저탄소 정책에 반대하는 소송을 31건을 이끌었다. 동성결혼 금지, 낙태 금지 유지 등 보수 성향 입법안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5년 주지사 취임 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발맞춰 멕시코 국경에 군을 배치하고 장애물 설치를 명령하는 '론스타 작전'을 주도해왔다. 그는 "텍사스는 단순한 주가 아니다. 우리의 고향이자 유산"이라며 "텍사스는 우리가 미국이라 부르는 이 땅의 심장"이라고 말했다.
텍사스는 그의 임기 동안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했다. 댈러스 업타운 지역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사무용 빌딩을, 골드만삭스는 5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캠퍼스를 짓고 있다. 이는 뉴욕시를 제외하면 미국 내 최대 규모다. 금융·기술 대기업이 몰리는 댈러스는 '욜 스트리트(Y'all Street)'라는 별칭이 붙었다. 미국 남부 사투리 욜(y'all·여러분)과 월가(월스트리트)를 결합한 단어다.
애벗 주지사는 아예 텍사스에 자체 증권거래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가졌다.2022년부터 기업 유인책을 펼치고 자체 비즈니스 법원까지 설립했다. 전통적인 미국 기업 중심지 델라웨어주와 차별화하기 위해 경영진 친화 정책, 주법인세 0%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델라웨어주 법원의 연봉 무효 판결에 격분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법인 설립지를 텍사스로 옮겼다. 코인베이스, 델 테크놀로지스, 엑손모빌 등이 뒤를 이었다.
마침내 텍사스증권거래소(TXSE)가 지난 2024년 설립된 후 지난 7월부터 실거래를 개시했다. 증권시장의 무게중심도 이동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텍사스에 지부를 세웠고, 스페이스X는 대규모 기업공개(IPO) 당시 나스닥과 나스닥 텍사스에 동시 상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댈러스의 금융 관련 일자리는 2020년 2월 이후 23.2% 늘었다. 같은 기간 6% 증가에 그친 뉴욕시를 크게 앞질렀다.
애벗 주지사는 AI 분야 투자 유치를 위해 데이터센터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이에 텍사스주는 현재 버지니아주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5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텍사스를 'AI 개발의 중심지'로 선언한지 1년 만에 데이터센터 약 1800곳의 신규 건설 승인을 중단했다.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용수 소비에 대한 우려로 지역 반발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텍사스에 거주하는 20세 남성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자택에 화염병을 던지고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협박을 가한 사건까지 생겼다.
데이터센터 문제는 11월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주지사 후보인 지나 히노호사 하원의원은 전기요금 인상이 애벗 주지사 때문이라고 공세를 벌이며 여론조사 격차를 좁혔다. 히노호사 의원은 신규 건설 영구 유예까지 공약했다.
애벗 주지사는 데이터 센터 유치 정책을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방침이다. 주의회 다음 회기에서 재정적 인센티브를 없애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경우 데이터센터를 경제 성장의 동력이라며 강하게 옹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게 된다. 애벗 주지사가 머스크 CEO를 비롯한 AI 기업, 임원들로부터 수백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받아온 점도 거론된다. 텍사스가 11월 중간선거의 격전지 중 하나로 떠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