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박 3일 백악관 정상회담 일정이 25일(현지시간) 공식 종료됐다. 두 정상은 지난 5월 베이징 회담에 이어 넉달 만에 다시 만나 화려한 의전 속에 우호 관계를 과시했지만 물밑 갈등과 마찰을 봉합할 합의는 이루지 못하고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헤어졌다.
특히 경제·무역을 비롯해 대만, 인공지능(AI) 안전, 이란 및 우크라이나 사태, 한반도 등 세계 경제와 안보를 관통하는 주요 현안이 논의 테이블에 두루 올랐지만 손에 잡히는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앞서 당초 11월10일 종료 예정이던 무역전쟁 휴전 기한을 내년 1월10일까지 2개월 연장하는 데 고위급 수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게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현재 시점까지 확인된 합의의 사실상 전부다. 이마저도 양국 정상이 최종 결정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와 AI 패권을 둘러싼 기술 안보 분야에서는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시 주석이 AI를 인류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 속도조절론이 기술 추격자인 중국을 이롭게 하는 사기극이라고 일축했다. AI의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위한 미국산 첨단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해선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가 이날 선을 그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이 "미국이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압박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전했는지 정확히 확인되진 않지만 지금까지의 중국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의 오랜 입장인 '지지하지 않는다'(do not support)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란 문제에 대해선 중국이 미온적인 원칙론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란에 대한 중국의 군사·경제적 지원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데이비드 퍼듀 주중미대사가 전한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반응은 "(중국이) 국면 완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왔고 양측이 "조속한 대화·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수준이었다고 보도했다.
회담이 끝난 뒤에도 양국 정부의 구체적인 공식 결과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글을 통해 "시 주석과의 회담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시 주석과의 백악관 차담에서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결과물에 대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그리어 대표는 이와 관련, 관례에 따라 세부 협상 문구를 조율한 뒤 오는 28일 구체적인 성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외교안보가에선 두 정상이 치열한 패권 경쟁 속에 광범위한 핵심 분야에서 입장차를 좁히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정상 간 친분을 바탕으로 갈등을 수면 위로 노출하지 않는 안정적 관계 유지에 회담의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 간 대형 충돌을 막기 위한 '취약한 휴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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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담에서 양국 관계에 대해 "존중, 공정성,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안정을 지향하는 건설적 관계"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의 연장선에서 상호존중과 공정을 가미한 것으로 대등한 관계 속에 공정한 경쟁을 벌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전략적 안정이라는 모호한 외교 수사가 각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을 마주했을 때도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토머스 크리스텐슨 컬럼비아대 교수는 "1년 후를 내다보면 경제와 기술 통제 등 양국 관계에 여전히 많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가드 케이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관계를 통해 관계 안정을 모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돌파구 마련에는 한계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시 주석을 직접 공항에서 영접한 데 더해 21발의 예포, B-1·B-2 폭격기 및 F-22 전투기 축하 비행 등 파격적인 의전을 베푼 것을 두고 미국 집권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는 당혹감과 비판도 나온다. 특히 이란이 중국산 위성 정보를 활용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맞물려 공화당 의원들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은 "너무 나갔다"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존 코닌 상원의원은 중국이 북한·러시아·이란과 함께 미국에 맞서는 축을 형성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시 주석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준 게 내키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