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내놓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다운로드 건수가 500만회를 넘었고 메타 주가는 출시 2주 만에 20% 넘게 올랐다. 뮤즈가 세상에 처음 나온 AI 에이전트인 것도 아닌데 왜 시장은 열광했을까.
2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출시된 뮤즈는 출시 22일 만인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다운로드 500만건을 넘어섰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무료 앱 1위에 올랐다. 챗GPT가 모바일 앱 출시 뒤 500만 다운로드까지 56일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약 두배 빠른 속도다.
월가도 반응했다. 뮤즈 출시 2주 만에 메타 주가는 20% 넘게 뛰었고 시가총액은 2000억달러 이상 늘었다. JP모건은 뮤즈가 "챗GPT 이후 가장 널리 쓰이는 소비자 AI 애플리케이션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환호가 놀라운 점은 메타 뮤즈가 세상에 나온 첫 AI 에이전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챗GPT 워크, 앤트로픽은 클로드 코워크, 구글은 제미나이 스파크 등의 AI 에이전트를 이미 내놓았다. 후발주자인 메타 뮤즈가 앞선 모델에 비해 특별히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것도 아니다.
메타 뮤즈의 경쟁력은 어렵고 복잡한 컴퓨터 도구가 아니라 개인 비서에 가깝게 설계됐다는 데 있다. 기존 에이전트가 자료조사나 코딩, 문서 작성 등 업무 영역에서 먼저 확산됐다면 뮤즈는 일상을 겨냥했다. '출장 준비해줘', '이 제품 가장 싼 곳을 찾아줘', '호텔을 예약해줘' 등의 메시지를 보내면 뮤즈가 직접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한다. 필요한 경우 양식을 작성하고 이메일도 보낸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은 이용자가 앱을 닫은 뒤에도 이어간다. 구매나 이메일 발송처럼 중요한 행동을 할 때만 다시 이용자의 승인을 받는다.
사용법도 메신저에 가깝다. 복잡한 명령어나 별도의 작업환경을 익힐 필요 없이 뮤즈 앱이나 왓츠앱에서 사람에게 부탁하듯 말을 걸면 된다. AI를 잘 다루는 사람만 쓰는 도구가 아니라, 누구나 바로 쓸 수 있다. AI를 더 잘 다루기 위해 프롬프트를 설계할 필요도 없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중요하다. 지금까지 AI 에이전트의 경쟁력이 '어디까지 복잡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느냐'에 있었다면 뮤즈는 이를 '얼마나 쉽게 일상의 일을 맡길 수 있느냐'로 전환했다.
여기에 메타만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이 이미 이용자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올해 6월 기준 메타의 서비스를 매일 사용하는 사람은 36억명에 달한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관심 있는 상품과 장소, 음식과 여행지를 보고 저장한다. 페이스북에서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각종 정보를 주고받으며, 왓츠앱은 일상의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메타는 이미 수년간 형성된 이용 패턴 위에 뮤즈를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네트워크 효과와 경로의존성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구조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서비스 안에서 관계와 콘텐츠가 늘어나고, 오랫동안 쌓인 사용 습관은 다른 서비스로 쉽게 옮겨가기 어렵게 만든다. AI 에이전트는 서로 다른 성격의 서비스를 아주 작은 비용으로 연결함으로써 락인효과를 키운다.
메타가 제시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용자가 인스타그램에 저장해둔 요리 릴스를 뮤즈가 장보기 목록으로 바꾸고 저녁 메뉴를 제안할 수 있다. 지금까지 SNS가 이용자의 관심을 끌고 머물게 하는 공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관심이 검색과 구매, 예약 등 AI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접점은 온라인을 넘어 물리적 세계로도 넓어질 수 있다. 메타는 지난달 '커넥트 2026'에서 뮤즈를 자사의 AI 안경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매장 진열대의 상품이나 거리의 간판, 벽에 붙은 전단을 바라본 상태에서 뮤즈에게 말을 걸면 안경이 보고 있는 대상을 바탕으로 에이전트가 다음 행동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실행해야 만나는 AI가 아니라 이용자가 보고 듣는 순간마다 곁에서 반응하는 개인 비서로 영역을 넓히려는 구상이다.
메타 뮤즈 같은 AI 에이전트가 일상에 자리 잡으면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소비자의 검색과 비교를 대신해 돈을 벌어온 중개 플랫폼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여행이다. 지금은 호텔이나 항공권을 예약하려면 검색엔진과 가격비교 사이트, 익스피디아나 호텔스닷컴 같은 예약 플랫폼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AI 에이전트는 이 과정을 한꺼번에 대신할 수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가격과 위치, 조건만 알려주면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상품을 찾고 비교한 뒤 예약까지 이어가는 식이다.
이른바 '탐색비용'이 크게 낮아지는 셈이다. 사람은 호텔 수천 곳이나 항공권 수십만개 조합을 일일이 비교하기 어렵지만 AI는 가능하다. 검색과 비교 자체를 편리하게 만들어 성장한 가격 비교·예약 플랫폼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객실 재고와 가격, 결제 시스템을 AI에 제공하는 업체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지만 수익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존 플랫폼과 AI 에이전트 간의 충돌은 이미 시작됐다. 아마존은 지난달 뮤즈가 자사 사이트에서 이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것을 차단했다. 아마존은 이용자 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AI 에이전트가 쇼핑의 새로운 관문이 되는 것을 견제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광고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인터넷 광고는 소비자의 눈을 붙잡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검색 결과 상단이나 쇼핑몰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업들이 돈을 쓰는 이유다. 하지만 소비자가 화면을 둘러보는 대신 AI에게 맡기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람에게 많이 노출되는 것보다 AI의 추천과 선택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해질 수 있다. 광고 경쟁의 대상이 사람의 관심에서 AI의 선택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구매의 출발점이 플랫폼에서 AI 에이전트로 이동하는 경우 그나마 남은 광고 수요도 AI 에이전트 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등 인프라 시장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거대한 모델을 훈련하는 '학습'에서 이미 만들어진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반복해서 사용하는 '추론'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는 한 번 답변하고 끝나는 챗봇과 달리 요청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데이터를 찾고,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결과를 확인해 다시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는 AI 연산을 담당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뿐 아니라 작업을 분배하고 각종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CPU(중앙처리장치)의 역할도 커진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사용량도 함께 늘어난다. 뮤즈 흥행 이후 인텔과 AMD 등 CPU 관련 기업까지 주목받은 것도 이 같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여행 전문매체 스키프트의 창업자 겸 CEO 라파트 알리는 지난달 9일 본인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AI가 여행을 검색·비교·예약·관리할 만큼 좋아지면, 그 복잡성을 처리해 이윤을 얻던 모든 회사는 왜 여전히 그 몫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