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징병제 부활 움직임…안보·경제·사회 논쟁 확대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6.10.04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독일, 징병제 부활 움직임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뮌스터=AP/뉴시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독일 뮌스터의 독일연방군 기지를 방문해 병사들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6.05.01. /사진=민경찬

지난달 25일 베를린과 뮌헨,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전역에서 수만 명의 학생들이 징병제 부활에 반대한다며 시위에 나섰다. 독일의 재무장과 함께 징병제 부활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안보와 경제, 사회적 논쟁이 심화하고 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최근 독일의 징병제 부활 움직임에 따른 논쟁과 파장을 살펴봤다.

강한 독일군의 귀환… 극우 확산과 안보 논쟁 심화

냉전 종식과 통일 이후 독일은 평화주의 기조 속 군사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냉전당시 50만 명에 육박했던 연방군 병력은 지속적인 군축과 징병제 중단을 거치며 18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안보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에 의존했다. 이처럼 2차 세계대전 반성에서 비롯된 평화주의는 전후 독일의 핵심적인 정치·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독일의 안보정책을 뒤흔들었다. 2022년 '시대전환(Zeitenwende)'을 선언한 독일은 대대적인 군비 확장에 나섰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연방군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재래식 군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무장 기조에 맞춰 현역병을 2035년까지 26만 명, 예비군은 20만 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병력 확충을 위해 독일 정부는 올해부터 새로운 병역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 모병제를 개정해 병역 의향 및 적성 등록을 실시하고 2027년부터 의무 신체검사도 시작한다. 자원입대를 원칙으로 하지만, 목표 병력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안보상황이 악화될 경우 정부 요청과 입법을 거쳐 강제복무로 전환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문제는 자원입대만으로 확대된 병력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35년까지 현역 병력을 지금보다 8만 명가량 늘려야 하는데 현재 자원 입대자는 3000~4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결국 강제징집은 불가피하다.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신체검사가 향후 징병제 발동을 위한 사전조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독일의 징병제 재도입은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우려도 높인다. 러시아의 안보 위협 속에 유럽 각국은 독일의 군비 확장에 동의하면서도, 징병제 부활에 대해선 경계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독일과 유럽 내 극우화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독일 징병제 부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유럽 통합 질서에 비판적이며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Make Germany Great Again)'를 외치는 극우세력이 집권할 경우, 강력해진 독일 군사력 통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조홍식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럽의 극우는 민족주의와 국가중심주의 입장에서 징병제에 우호적이면서 러시아에 친화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며 "그런데 막상 러시아의 위협으로 징병제 논의가 진전되자 극우는 난처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과거 징병제를 폐지했던 중도세력은 재도입을 주장하면서 안보 논쟁이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뮌스터=AP/뉴시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독일 뮌스터의 독일연방군 기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독일의 외교·안보 방향은 강력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 동맹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에 계속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2026.05.01. /사진=민경찬
노동력 부족 등 경제 부담도 커져

징병제 부활은 경제 분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키웠다. 강제 징병이 실시될 경우 노동력 부족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생산활동에 투입돼야 할 청년들이 강제 징집될 경우 그 충격은 기업에게 돌아온다.

독일 기업의 인력난은 이미 현실이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월 독일 기업의 23.2%가 필요한 인력을 충분하게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으로 채용 수요 자체가 낮아진 상황에서도 4곳 중 1곳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인구구조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독일의 생산가능인구(20~66세)는 2030년대 중반까지 약 320만 명 감소할 전망이다.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는 크게 줄어드는데, 징병제까지 실시될 경우 민간경제와 군이 한정된 인력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징병제의 경제적 비용은 단지 노동력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IFO 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매년 징병 대상의 25%를 징집할 경우 정부 지출은 연간 약 32억 유로(약 5조 원), 국민경제 전체의 비용은 약 171억 유로(약 26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보다 사회 전체의 비용이 5배 이상 크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독일에서 징병제가 강하게 추진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가뜩이나 수출 부진과 제조업 경기 악화로 독일 경제가 침체된 상황이고 생산 가능 인구도 줄어드는데 특별한 대안 없이 징병제를 추진할 경우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대 갈등도 심화

징병제 논란은 세대 갈등으로도 이어진다. 올해 초부터 정부의 징병제에 반대하는 청년층의 시위가 이어졌고 최근에는 전국 단위로 확산했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결정하지 않은 전쟁과 안보정책 부담을 왜 젊은 세대가 떠안아야 하느냐고 반발한다. 한편에서는 연금과 사회보장 등 고령층을 위한 재정부담도 큰 상황에서 청년층에 병역의무까지 추가하는 것이 공정하냐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이러한 갈등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월 초 실시한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정치패널 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연방군에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무복무에 대한 찬성은 48%로 낮아졌다. 특히 60세 이상에서는 56%가 징병제를 찬성한 반면, 실제 복무 대상인 18~30세는 59.3%가 반대했다. 국가 방위력 강화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제 병역 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를 두고 세대 간 인식이 크게 엇갈리는 것이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은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러시아의 위협이 과장된 것이라면서 현 정부가 도입한 병역제도에 반대한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을 부추기면서 징병제를 반대하는 청년층 표를 대거 끌어오게 되면 향후 AfD가 집권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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