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드러눕고 프랑스는 거리로…청년들 왜 좌절하고 분노했나

정혜인 기자
2026.10.24 06:15

[청년은 왜 좌절하나]②노력해도 보상 없는 사회에 폭발,
미래에 대한 불신이 집단적 저항으로…
SNS서 뭉친 젠지, 시위·경쟁 거부로 대응
시위 막힌 중국, '탕핑'으로 소극적 반항

[편집자주] 청년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취업난과 자산 격차, 주거 불안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 청년들이 거리로 나섰다면, 한국 청년들은 구직과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현실에 저항하고 있다. 분노와 타협, 우울을 반복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짚어봤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트에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교육 환경 개선과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가 든 팻말에는 '비스밀라, 세 레 테네브르'(신의 이름으로, 어둠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로이터=뉴스1

프랑스에서는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던 학생시위가 생활비와 기회박탈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로 번졌다. 인도에서는 의대 입학시험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각국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과 분노의 계기, 그리고 표현 방식은 제각각이다. 중국에서는 치열한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아예 경쟁에서 벗어나겠다는 '탕핑'(드러누워 있기)을 선택했다.

이들의 움직임에는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기존 사회가 약속한 미래를 더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공통된 정서가 깔려 있다. 고학력에도 취업난에 시달리는 '교육의 배신'과 특권 세습, 치솟는 생계비가 맞물리면서 청년들은 미래를 박탈당했다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고, 이는 사회적 기회와 제도가 더 이상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신으로 이어지며 집단적 저항으로 폭발한 것이다.

국가별 청년 시위 및 저항 행위/그래픽=이지혜

학교에서 사회로 번진 분노…프랑스 청년들의 반란

최근 프랑스 시위는 이러한 청년들의 분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9월 프랑스 파리 북부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교사 부족, 학교 시설 노후 등 교육 여건 악화에 반발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의 저항 움직임에 대학생과 고용불안,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까지 합류하면서 시위는 파리 전역으로 퍼지며 공공서비스 파업과 도심 약탈·방화 사태로 격화했다.

이는 2006년 최초고용계약(CPE) 반대 시위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26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입사 후 2년내 해고를 비교적 자유롭게 한 CPE를 도입하려 했다. 청년 실업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학생들과 노동계는 '쓰고 버리는 노동자'를 만든다며 반발했다. 프랑스 전역에선 약 6주간 대규모 CPE 반대 시위와 파업이 이어졌고, 결국 정부는 법안을 철회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CPE 시위는 특정 고용제도에 대한 반대였다면 이번 저항은 프랑스 전체 교육 시스템의 문제와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구조적 불안감이 맞물려 있다"며 "CPE 철회로 출구를 찾았던 과거와 달리 이번 사태가 쉽게 잠재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은 프랑스의 이번 시위가 과거와 달리 고등학생들이 학생 노조 등 중앙 조직 없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터넷과 SNS 확산 속에서 성장한 젠지(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들이 정당이나 노조 등 특정 조직에 얽매이지 않은 채 디지털 네트워크를 매개로 훨씬 자유롭고 즉각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결집한다는 분석이다.

10월16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선거관리위원장 갸네시 쿠마르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년 시위 도중 시위를 이끌던 학생이 경찰에 연행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뉴시스

'알고리즘' 타고 퍼지는 젠지의 저항

젠지들의 이런 특징은 신흥국에서 더 극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인도에서는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비리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당시 시위는 기득권 부패에 분노한 청년들이 SNS에서 만든 온라인 정치운동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이 주도해 교육부 장관 사퇴와 의대 입학시험 시스템 개혁을 끌어냈다.

2025년 8월 네팔에선 정부의 SNS 차단 정책과 특권층 자녀들의 채용 세습에 분노한 청년들이 디스코드 등 암호화 플랫폼을 통해 결집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이는 총리 사퇴와 내각 교체로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 인도네시아 청년들은 오토바이 택시 기사였던 21세 청년이 경찰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청년 비정규직 확대' 노동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벌였고, 법안 추진은 일시 중단됐다.

같은 해 9월 모로코에선 청년 실업률 악화와 교육예산 삭감에 분노한 이들이 온라인 청년단체 'Z세대 212'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를 벌여 청년 정책 긴급 예산 편성과 교육예산 재조정 검토를 얻어냈다.

중국 후난 과학기술대학교 학생들이 '탕핑'(드러누워 있기)을 패러디한 졸업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홍슈

거리가 막히자…中 청년 '침묵 저항'

중국 청년들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통제로 거리를 나가 변화를 요구하는 대신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탕핑'으로 저항했다. 2021년 중국 포털 바이두에 처음 등장한 '탕핑'은 고강도 노동과 과도한 경쟁을 거부하고 최소한의 노동과 소비로 살아가겠다는 취지다. 과도한 노동, 결혼과 주택 마련 등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의 경로에서 한발 물러서겠다는 뜻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명문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난에 시달리고, 장기간 노동에도 내 집 마련이나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좌절이 배경이다. 조직적인 정치운동과는 다르지만, 정부의 강한 통제 속에서 청년들이 선택한 저항방식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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