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로 일하는 리사 그린(34)은 다섯살 된 아들 피츠의 책 반납일을 챙기기 위해 '올리(Ollie)'라는 이름의 AI(인공지능) 가족 비서 서비스를 활용한다. 이 앱에 책 반납 일정표를 사진 찍어서 올리면 일정대로 알림 문자 메시지를 받을 수 있어서다. 그는 이뿐만 아니라 공과금 납부 등 가족 행정 업무 처리도 해당 앱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모델이 육아, 교육, 행정, 금융 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고 있다. 육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부모들은 자녀 스케줄 정리, 가족 행정 업무를 관리하기 위해 AI 비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내 가족의 모든 일정을 AI에 등록해 공유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똑똑한 비서'가 주는 안도감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린은 "나와 내 가족을 돕고, 내가 현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면 AI를 사용해도 상관없다"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처럼 AI 비서를 활용하고 있는 부모들의 사례들을 소개했다.
일정 관리부터 학습 보조까지…부모의 '정신적 무게' 덜어주는 AI
뉴저지주에 사는 두 아이의 아버지 조시 소빈은 모든 정보의 흐름을 조율할 수 있도록 팸봇(Fambot)을 활용한다. 이는 가정을 위해 일정 관리, 육아 지원, 집안일 보조 등을 수행하는 가족형 홈 비서 AI 및 로봇 서비스다. 이 앱은 들어오는 모든 이메일을 종합해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누가 맡아 해야 하는지 표시해 준다. 소빈은 "우리 모두 일하고 있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자질구레한 일에 시간을 쓰지 않고 일과 가정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의 장점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주의를 더 기울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워킹맘 타라 유카와는 클로드와 챗GPT를 활용해 맞춤형 가사 해결책을 발견했다. 그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챗GPT를 활용해 자녀의 철자 공부를 돕고 있다. 단어장 목록을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한 뒤 에이전트에게 소리 내어 읽도록 지시하고 아들이 그 단어들의 철자를 맞히는 방식이다. 유카와는 "아이가 이런 공부를 할 때 감정적으로 변하곤 했는데, AI를 활용하면서 감정적 대립이 사라졌다"라고 전했다.
개인정보·보안 취약점 우려도
시카고 소재 루리 어린이 병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 3명 중 2명은 AI가 정신적 부담을 줄여주고 주당 평균 58분 이상의 시간을 아껴준다고 답했다.
벤처캐피털인 '시카고 멘로 벤처스'에 따르면 부모의 84%가 식단 계획, 공과금 납부부터 가계 물류 관리 및 일상 업무에 이르기까지 일상 전반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모가 아닌 경우 이 비율은 56%였다.
부모들이 가정생활에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대학교 소재 '책임 있는 AI 센터'의 줄리아 스토야노비치 이사는 아이들에 관한 정보를 이러한 앱에 업로드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해당 데이터가 AI 내에서 어떻게 사용되거나 저장되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다.
스토야노비치 이사는 "에이전트가 부모를 대신해 과업을 수행하며 개인정보에 접근하지만, 안전장치 설정 옵션의 부재로 인해 심각한 보안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가 '월요일의 모든 일정 예약을 취소하라'와 같은 잘못된 첨부파일이 담긴 이메일을 받고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실행할 수도 있다.
AI 오류보다 무서운 '육아 피로'… 가사 비서 택하는 엄마들
AI의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편의성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관련 시장도 확대된다. 미국 돌봄기술협회에 따르면 약 700개에 달하는 기업이 돌봄 경제(care economy) 분야에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안나 스테페니 돌봄기술협회 사무총장은" 해당 분야 내에서 부모를 겨냥한 시장이 새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지친 부모들에 의해 직접 설립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올리, 팸봇, 오하이, 에이바와 같은 앱들은 가사 관리자 역할을 목표로 출시됐다. 이러한 앱의 사용자 대부분은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로 나타났다. 다른 부모들은 챗GPT, 클로드, 혹은 최근의 뮤즈와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만의 육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AI 에이전트들은 통상 개인의 이메일, 달력 및 기타 통신 플랫폼에 대한 접근 권한을 요구한다. 그래야 디지털 캘린더에 일정을 추가하고 일정 변경 사항을 사용자에게 알릴 수 있어서다. 물론 이 기술이 완벽하지는 않아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NYT는 "부모들에게 AI의 취약성은 '알림 담당 총책임자'라는 정서적 고통을 덜어주는 대가로 치를 만한 작은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