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개똥 치우고 수억 원 번다."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사실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그동안 기피 노동으로 외면받던 '반려견 배설물 처리' 산업이 고수익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외신은 최근 미국 전역에서 반려동물 배설물 청소업을 단순 일용직을 넘어 연 매출 수억~수십억 원 기업으로 성장시킨 창업가들의 사례를 잇달아 다뤘다. CNBC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경제·창업 전문 코너 '메이크 잇'(Make It)을 통해 "남의 강아지 배설물을 치워 생계를 유지하는 미국인들이 있다"며 '스쿱 솔저스', '스윕앤고', '스웁 스쿱' 등 관련 스타트업 여러 곳을 소개했다.
미국 반려견 배설물 처리 시장은 대표 프랜차이즈 '두디콜스', '훕 91'을 중심으로 틀을 다졌고, 최근에는 신규 창업자의 유입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X 등 소셜미디어(SNS)에선 창업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BIS월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의 시장 규모는 2억7000만달러(약 3578억원)로, 2033년까지 연평균 7.2%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스트래티스틱스 MRC 분석 기준 올해 전 세계 반려동물 배설물 관리 시장 규모는 약 32억달러로, 연평균 8.5% 성장할 것으로 추산됐다.

CNBC에 소개된 '스웁 스쿱'은 창업자 윌리엄 밀리켄이 임신 중이던 아내가 반려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자신을 대신해 외부 배설물 수거 업체를 직접 고용한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2020년에 만든 회사다. 창업 초기 고객 수는 1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디지털 광고를 접목하자 3개월 만에 300명 이상으로 폭증했다. 회사 지점은 7개로 늘었고 누적 매출은 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연 매출은 3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스웁 스쿱은 사업 확장을 넘어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교육 플랫폼 커뮤니티도 구축했다. 밀리켄이 운영하는 '푸프 스쿱 밀리어네어' 커뮤니티에는 600여명의 예비 창업자가 매달 69달러의 이용료를 내며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그는 "창업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높아져 결국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반려인 늘고 구독경제 커지고…AI 시대의 '땀나는 창업'
배설물 수거라는 기피 노동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우선 반려동물 가구의 가파른 증가로 시장 자체가 커졌다. 미국 반려동물용품협회(APP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구의 53%인 710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바쁜 현대인들이 빨래나 청소 등 번거로운 집안일을 정기 구독으로 외주화하는 소비 흐름이 결합하면서, 반려동물 배설물 수거 역시 탄탄한 구독형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CNBC는 "최근 시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장보기부터 빨래, 반려동물 뒤처리까지 집안일을 구독 서비스를 통해 남에게 맡기는 미국인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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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초기 비용과 낮은 진입장벽 덕분에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점도 산업 성장 비결로 꼽힌다. 밀리켄에 따르면 스웁 스쿱의 초기 투자 비용은 1000달러 수준이었다고 한다. 지저분한 집안일을 돈 주고 맡기려는 반려인과 적은 비용으로 내 사업을 시작하려는 창업가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이 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AI(인공지능) 열풍 속 등장한 '스웨티 스타트업(Sweaty Startup, 땀 흘리는 창업)' 트렌드도 반려견 배설물 수거 사업이 주목받는 배경 중 하나다. 스웨티 스타트업은 이삿짐 및 짐 보관 서비스 회사를 운영했던 사업가 닉 휴버가 2018년 처음 언급한 용어다. 실리콘밸리식 대규모 투자나 첨단 기술에 의존하는 테크 스타트업 대신 배설물 수거, 세차, 잔디 관리, 이삿짐 운반처럼 몸을 쓰지만 확실한 현금 흐름이 보장되는 '지루하고 땀나는 실물 서비스'에 집중하는 창업 방식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AI 보급 가속화 속에서 고학력 청년층의 취업 문이 좁아지자, 기존 직장인 및 예비 창업가들이 AI나 기계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현장 실물 서비스로 눈을 돌리면서 반려견 배설물 수거 사업 관심도 커진 것으로 본다.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스웨티 스타트업' 채널에선 수만 명의 예비 창업자가 모여 실제 수익 명세서를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