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 전면에 선 HUG·LH 수장…미묘한 '공급 주도권' 경쟁

이정혁 기자
2026.08.25 17:35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지사에서 전월세 안심신탁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08.20. 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정부 주택정책을 집행하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두 수장이 정책 전면에서 존재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인호 HUG 사장이 주택 공급·금융을 아우르는 공공 플랫폼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성훈 LH 사장도 공급 물량과 착공 속도를 앞세우면서 두 기관 사이에 미묘한 주도권 경쟁이 감지된다.

국회 국토위 與 간사 출신 최인호 사장...'전월세 안심신탁'으로 HUG 위상 격상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주택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집을 못 지어서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짜라고 주문했다. 청와대가 직접 공급 성과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사업 시행을 맡은 LH와 보증·금융을 책임지는 HUG의 역할도 한층 커졌다.

최인호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HUG 서울서부지사에서 '전월세 안심신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용산어린이정원 등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이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고 있었다.

국토부 산하기관장이 주무 부처 장관의 주요 현안 일정과 같은 시간대에 행사나 기자간담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장관 일정에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을 고려해 날짜나 시간을 조정하는 게 통상의 경우다. HUG는 이 같은 일종의 관례를 깨고 정해진 일정을 그대로 수행했다.

이를 놓고 국토부 안팎에서는 최 사장이 재선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인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까지 진 인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무 부처의 수장인 국토부 장관과 일정이 겹친 데 대한 정무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독자적인 정책 메시지를 내는 데도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최 사장이 간담회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HUG의 역할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전월세 안심신탁은 임차인이 맡긴 전세보증금을 HUG가 직접 관리·운용하고 이를 다시 주택사업장에 공급하는 구조다.

최 사장은 이와 관련, "HUG가 주거 안정을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주택 공급·금융 분야의 공공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HUG가 전세보증금 반환과 사업 보증을 담당하는 기관에 머물지 않고 주택 공급정책의 한 축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다.

HUG의 업무 영역이 넓어지면 주택 공급을 직접 시행하는 LH와 업무 영역이 겹치는 부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LH가 짓고 HUG가 보증한다'는 이전의 역할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성훈 LH 사장, 대통령 측근 김남준 의원과 인천 계양으로

이성훈 사장은 지난달 취임 직후 서울 서리풀지구를 직접 찾아 공급 속도전을 강조했다. 지연이 거듭되고 있는 서리풀지구의 착공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발언이 사실상의 취임 일성이었다. 이 사장은 이재명 정부의 첫 국토교통비서관을 지냈다. 대통령의 주택정책 의중을 누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 부지를 청년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 대통령의 청년주거 안정 강조와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지난 13일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인천계양 3기 신도시 A2·A3블록을 현장 점검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의 옛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이어받은 최측근 인사다.

당시 일정은 청와대 출신인 이 사장이 친명계 핵심 의원과 함께 정부의 대표적인 주택 공급 현장을 함께 찾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 사장이 여권 핵심 인사와 보폭을 맞추며 공급정책에서 LH의 입지를 한층 넓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 사장을 둘러싼 여권 내부 기류가 마냥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사장은 지난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국토위 당정협의에서 한 여당 의원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LH의 업무보고 내용 탓인지 사전 소통 과정의 문제 때문인지 질책의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날 당정협의는 분위기 자체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두 수장의 적극적인 행보를 2028년 총선 출마와 연결하는 시각도 있다. 최 사장은 부산 사하갑에서 재선한 정치인인 만큼 부산 지역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사장도 향후 청주권 출마 가능성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 국회(임시회) 국토교통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자료요청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2026.8.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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