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조율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복귀 문제는 일단 봉합됐지만 LH를 둘러싼 더 큰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다. 분사 방안에 대한 내부 반발이 단체행동 움직임으로까지 번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이른바 '닥치고 공급' 기조가 실행기관 내부 혼선에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H 노조는 정부의 분사 방안에 반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노조는 최근 대의원회의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단체교섭 등 관련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공기업에서 총파업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만으로 주택공급 정책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LH의 반발은 분사 방안 자체보다 정부의 분사 추진 방식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조직을 나누는 문제는 인력 배치와 업무 범위, 향후 공급 체계까지 바꾸는 사안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분사를 추진하면서 현장 공감대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발의 밑바탕에는 2021년 이른바 'LH 사태' 이후 이어진 각종 혁신 조치와 인력 감축 압박에 대한 피로감도 깔려 있다.
LH는 3기 신도시, 공공주택 착공 확대, 신규 택지 발굴 등 정부 공급정책의 핵심 사업을 맡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가 직접 드라이브를 거는 용산어린이정원 주택공급까지 더해지면서 LH의 역할은 더 커졌다. 공급을 밀어붙여야 할 시점에 조직 분리와 총파업 가능성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현장에서는 "공급에 집중해야 할지, 조직 변화에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분사 논의가 길어질수록 직원들의 동요가 공급 일정 관리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총파업 논의가 현실화하면 공급 차질 우려는 곧바로 경영진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이성훈 LH 사장에게는 이번 사태가 취임 이후 첫 리더십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 출신인 이 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급 기조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노조 반발을 수습하지 못하면 조직 장악력은 물론 공급 실행력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이 사장간의 미묘한 관계도 향후 공급 정책 추진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홍 후보자는 지방고시, 이 사장은 기술고시 출신으로 경로는 다르지만 공직 입문 시기는 동일하다. 두 사람은 이재명 정부 첫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 자리를 놓고 나란히 경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공급정책의 설계와 집행을 나눠 맡을 '공급 투톱'인 동시에 정책 실행과 조직 리더십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인 셈이다.
홍 후보자가 국토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려 할 경우 이 사장은 실행기관의 입지를 지키면서 내부 반발까지 달래야 한다. 분사 이후 공급 체계를 어떻게 짤지를 놓고 국토부와 LH의 역할 조정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공급 주도권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기관의 갈등을 봉합하려면 분사와 공급을 어떤 순서로 풀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분사를 밀어붙이면 조직 동요가 커지고 공급을 앞세우면 LH 내부 반발을 달래야 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개혁과 공급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이재명 정부의 구상이 첫 단추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LH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충분한 협의 없이 분사 방안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 절차에 나설 것"이라면서 "노사정 협의체부터 구성해 분사 등 모든 것을 처음부터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