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확산 속도는 놀랍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러 사람이 며칠에 걸쳐 하던 자료 검색과 정리, 번역, 코딩, PPT 작성 등을 이제는 한 사람이 AI의 도움을 받아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다. 실제로 AI가 효율성을 높인다는 실증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에릭 브린욜프슨과 MIT의 대니엘 리 연구진이 5000여 명의 고객상담원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생성형 AI 도입 이후 시간 당 처리건수가 평균 14% 증가했다. MIT 경제학과의 또다른 연구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전문직 종사자의 문서 작성 시간이 평균 40% 줄고 결과물의 품질은 18%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정작 경제 전체의 생산성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른바 AI 생산성 역설이다. 미국 연준도 AI의 성능과 투자는 빠르게 확대되고 기업의 활용도 역시 높아지고 있지만, 그 효과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노동시장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지난달 평가했다.
이런 현상은 역사적으로 처음이 아니다. 1980년대 컴퓨터가 기업과 가정에 빠르게 보급되었을 때에도 생산성 증가율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는 컴퓨터가 사회 전반에 빠르게 확산됐지만 정작 생산성 통계에서는 그 효과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당시지적했다. 그렇다면 AI는 왜 생산성 통계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일까.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착시의 문제다. 개별 업무의 효율 향상을 기업이나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AI가 문서 작성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주더라도 검토와 의사결정 과정이 그대로라면 조직 전체의 최종 산출은 그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AI로 절약한 시간과 인력을 고부가가치 업무에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특정 업무에서 확인되는 효율 향상만으로 AI의 생산성 효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업무 단위의 효율 향상이 전체 업무 흐름과 자원배분의 변화로 이어져야 비로소 기업 차원의 의미 있는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둘째 시차의 문제다. 개별 업무에서 나타난 AI의 효과가 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에 맞춰 데이터를 축적하고 직원을 재교육하며,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AI와 같은 범용기술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완적 무형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투자에는 비용이 먼저 발생하고 그 성과는 조직의 적응과 재편이 이루어진 뒤에야 나타난다. 따라서 신기술 도입 초기에는 생산성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낮아졌다가 이후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생산성 J-커브라고 한다.
셋째는 측정의 문제다. 어쩌면 AI가 생산성을 이미 높이고 있는데 우리가 이를 제대로 재지 못했을 수도 있다. 과거 번역가에게 맡기던 번역이나 리서치 업체에 의뢰하던 자료조사를 AI를 이용해 몇 분 만에 직접 처리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용자의 시간과 비용은 크게 줄어들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비스는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AI가 창출하는 시간 절약·품질 향상·자가생산 등의 편익이 GDP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AI 투자 확대가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도 총요소생산성이 과소 측정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AI를 도입했는데도 생산성 향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AI의 효과가 없다고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 AI를 통한 개별 업무의 효율 향상이 조직 전체의 성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인지, 업무 재설계와 인력 재교육 등 보완적 투자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이미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존 통계가 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 원인에 따라 필요한 대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