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측정기 고장나 피 뽑았는데…음주운전 맞지만 대법 "무죄", 왜?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8.25 12: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뉴스1

음주운전 단속 과정에서 측정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경찰이 운전자의 혈액을 채취하는 경우 운전자에게 혈액채취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면 해당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2월 대전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9% 상태로 약 250m를 승용차로 운전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호흡 측정을 시도했지만 측정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A씨의 혈액을 채취해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A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경찰이 호흡측정기 오작동으로 혈액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혈액채취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가 혈액채취에 자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혈액검사 결과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이 측정기 오작동 이후 다른 측정기를 이용해 추가 측정을 시도하는 등 조치를 취했고, 이후 혈액채취가 필요하다는 점을 A씨에게 설명했다는 점을 근거로 혈액채취 과정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은 1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을 맡은 대법원은 2024년 12월 사건을 한 차례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A씨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약식명령으로 받은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형종 상향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환송 후 재판에서는 다시 혈액채취 과정의 적법성이 쟁점이 됐다. 환송 후 법원은 1심 법원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혈액채취 과정에서 적법한 고지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혈액채취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했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129%로 측정됐음에도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범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하며 이를 위반해 수집한 증거는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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