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항생제(세균을 죽이는 약)는 인류의 감염병 치료에 혁신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항생제에 버티며 강해진 세균(내성균)이 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전 세계적인 보건 위협으로 지목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스웨덴이 항생제 내성균을 제압할 특별한 '무기'를 만들고 있어 주목된다.
28일 한림대의료원에 따르면 의료원 산하 한림국제항생제내성센터와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연구진은 감염병 환자에게서 분리한 균주에 가장 효과적인 항생제 조합을 찾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개인별 최적의 항생제 조합을 찾아내는 진단 기술 '콤비안트'(CombiANT)다. 쉽게 말해 환자에게 가장 맞는 항생제 종류와 황금 비율을 찾아 섞는 '항생제 황금 레시피'다.
김용균 한림국제항생제내성센터장(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머니투데이에 "한국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이 늘면서 기존 항생제 처방만으로는 치료되지 않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감염병 환자에게 어떤 항생제를 쓸지 권고사항이 있지만, 균주의 세부 종류, 균의 내성 여부,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항생제가 전혀 듣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동 연구진은 어떤 항생제 조합이 해당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는지를 검진 키트로 확인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불필요한 약물 사용과 부작용을 줄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양수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콤비안트' 연구는 현재 80%까지 진행됐다"며 "이 진단기술이 완성되면 항생제가 잘 안 듣기로 유명한 악질 세균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도 사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연구는 유럽연합(EU)의 국제 공동연구 지원 사업 '유로스타즈(Eurostars)'에 선정되면서 본격화했다. 지난해 8월 착수한 이번 연구는 2028년 7월까지 진행된다. 김용균 센터장은 "이번 공동연구의 핵심 기술인 '콤비안트'는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함께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상호작용을 분석해 균주별로 효과적인 조합을 찾는 진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환자에게서 분리한 균주를 대상으로 항생제 조합별 반응을 확인해 실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감염환자에게서 분리한 세균을 콤비안트 키트에 넣었을 때 △A+B △A+C △A+D+E 등 어떤 항생제 조합에서 최고의 제균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24시간 이내에 찾아내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번 연구엔 웁살라대가 개발한 병합 효과 예측 키트 기술, 한림대가 쌓은 3000쌍 이상의 환자·균주 연계 데이터가 투입됐다. 항생제 관리 체계와 연구 기술을 갖춘 스웨덴, 풍부한 임상 데이터와 내성균 균주를 보유한 한국의 강점을 살려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김양수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콤비안트가 실제 치료 현장에서 활용되려면 검사 기술의 성능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환자 치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연구진은 기존 환자 자료를 활용한 후향적 연구(이미 쌓은 환자 자료와 검사 결과 등을 분석해 특정 요인과 치료 결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방식)를 바탕으로 전향적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관련 인허가 절차를 거쳐 빠르면 2030년 상용화하겠단 전략이다.
전향적 임상시험은 연구 계획에 따라 환자와 검사 결과를 새롭게 수집해 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연구진은 실제 임상에서 콤비안트가 항생제 선택과 치료 결과 개선에 도움 되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향후엔 병원체와 내성 위험을 파악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정밀 감염 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양수 교수는 "의사들이 수행하는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술 논문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실제 환자의 치료 현장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2030년까지 전향적 임상 검증과 기술적 보완을 마치고 콤비안트를 상용화해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고 중증 감염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