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관세 전쟁에 돌입했다고 22일(현지시간)밝혔다. 캐나다는 보복 관세와 함께 본격적인 무역 갈등을 예고했다.
캐나다 매체 CBC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이날 미국과 무역협상이 파기된 후 대국민 담화에서 "어젯밤 협상단에게 오타와로 귀국할 것을 지시했다"며 "우리는 그들(미국)이 제시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들의 요구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카니 총리는 관세를 무기로 앞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비판하면서 "그 결정이 연필로 쓰여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우개로 연필을 지우듯 무역 정책을 뒤엎는다는 의미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가 퀘백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어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캐나다 판매 제품에 영어와 프랑스어 설명을 같이 표기하는 것까지 미국 협상단이 문제삼았다면서 "처음부터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 거절했지만 미국이 계속 물고 늘어졌다"고 했다.
카니 총리는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을 이유없이 차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캐나다산 일부 자동차와 픽업트럭에 대해서만 관세를 면제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면서도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대해 "장기적으로 캐나다의 자동차 산업을 더욱 비경제적으로 만드는 조건들"이라고 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은 (협상 결렬 직전) 몇 시간 동안 캐나다가 다른 무역 협정을 체결 능력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했다"며 "캐나다의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조치들을 협정에 포함시키려 했다. 용납할 수 없었다"고 했다.
"(카니) 총리가 무역 전쟁을 벌이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우리가 공격받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공격을 받았다는 것은 전쟁 중이라는 뜻"이라며 "우리는 공격받았다"고 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산 철강과 낙농품, 가전제품, 농기계, 펄프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의 보복 관세는 다음달 8일부터 정식 발효될 예정이며 세부적인 품목별 관세율은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엑스 게시글에서 "미국은 캐나다에 미국 시장의 주요 수출국 중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며 "그럼에도 캐나다가 새로운 요구를 하고 기존 약정을 철회하겠다고 한 탓에 지난 며칠 간 어렵게 유지한 (협상) 균형이 무너졌다"고 했다.
캐나다와 무역 협상이 결렬되자 미국은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해 50% 관세를 발효했다. 1930년 제정된 관세법 제338조를 근거로 삼았다. 이 법률은 미국산 수출품이 외국에서 불합리하게 차별을 당하는 경우 미국 대통령이 상대 국가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제동을 걸었던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과 달리 대통령이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 무역법 제301조, 무역확장법 제232조와 달리 관계당국의 사전 조사 절차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문이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직권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고 해석했다. 앞서 IEEPA에 근거했던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가 연방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던 만큼 이번 캐나다 관세도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이 진행된다면 캐나다가 미국산 수입품을 부당하게 차별했다는 미국 측 주장이 사실인지, 관세 대상 품목에 50% 세율을 일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캐나다 로펌 BLG는 "미국에 문제삼는 (캐나다의 무역) 조치들은 미국 관세에 대한 대응책"이라며 "미국 관세 상당수가 USMCA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관세법 제338조는 대통령이 부과하는 관세율에 대해 "미국산 수출품에 대한 차별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는"이라는 제한 문구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