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증시에 봄이 왔다지만 펀드시장은 여전히 겨울이다. 증시가 따뜻해진 지금도 투자자들은 펀드투자보다 환매에 마음이 가 있는 분위기다. 자산운용사들은 고객몰이를 위해 끊임없이 신상품을 내놓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이 가운데 튀는 운용사가 있다. 펀드매니저가 17명이지만 운용하는 펀드수는 1개뿐인 곳. 그 펀드 하나로 실력을 인정받는 곳. 바로 지난해 6월 투자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식형펀드라는 한우물만 판다. 그리고 발로 뛰는 투자를 승부수로 삼고 좋은 투자종목을 찾기 위해 수없이 기업을 찾아다닌다. 지난해 6월 출시한 대표상품이자 유일한 공모펀드인 `칭기스칸주식펀드'는 설정 이후 16.75%(5월26일 기준)의 누적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13.8%)의 2배 넘는 성과다.
조직 면에서도 운용업계에서는 보기드문 투톱체제다. 운용부문을 담당하는 황석택 대표와 리서치 및 경영관리를 총괄하는 김영호 대표가 공동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황석택 대표가 전장에서 싸우는 장수라면 김영호 대표는 싸움을 이기게 만드는 전략가인 셈.
출범 첫해 미국발 금융위기란 대악재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전략가인 김 대표의 역할이 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는 김영호 대표를 만나 지난 1년 간의 성과와 비결, 그리고 펀드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 어느새 자산운용사로 전환한지 1년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생각하면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자산운용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반토막 손실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확산됐고, 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까지 생겨났죠. 우리 역시 고전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 전환 첫해에 은행, 증권사 등 20여개의 판매망을 구축하고, 기대이상으로 인지도를 높인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운용사 전환후 처음 내놓은 ‘칭기스칸주식펀드’의 선전이 돋보이는데요. 비결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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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문사 시절 우리의 주특기가 바로 주식운용이었습니다. 자문사 시절 쌓았던 주식운용 노하우의 집합체가 바로 첫 작품인 ‘칭기스칸주식펀드’죠. 펀드 성과가 남다른 것은 ‘발로 뛰는 리서치’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회사내 17명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는 연간 2000번 가량의 기업탐방을 다닙니다. 직접 보고 느낀 후에야 투자를 결정하는 시스템이죠. 너무 보수적이고 무식하다고 할 수 있지만 '펀드 성과는 펀드매니저의 땀과 비례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 지난 1년간 ‘칭기스칸주식펀드’, 단 한 개만 출시했는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펀드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잘 하는 것(주식)에 주력하자는 것’이 우리의 모토입니다. 한 개라도 제대로 키우자는 거죠.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펀드의 대형화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덩치만 키워서도 안되죠. 펀드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경우 오히려 효율적인 운용이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칭기스칸주식펀드’도 수탁고가 일정 수준에 달하면 판매를 중지할 생각이죠.
- 주식형펀드 외에는 신상품 출시 계획이 없는 건가요.
▶당분간 주식형펀드 이외에 다른 상품은 내놓을 계획이 없습니다. 주식형펀드도 명패만 다른 똑 같은 스타일의 상품은 내놓지 않을 겁니다. 현재 준비중인 신상품도 ‘칭기스칸주식펀드’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녹색성장펀드죠. 현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아 놓고 판매를 준비 중인데 본격적인 판매는 6월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밖에도 절대수익추구형, 롱숏형 등 다양한 주식형펀드를 구상하고 있지만 일단 인지도 제고를 위해 ‘칭기스칸주식펀드’에 집중할 방침입니다.
- 아시아전문자산운용사를 표방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저희의 목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사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미 1년 전 싱가포르 현지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했고, 현지에서 해외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중국 상하이에도 현지법인을 세울 계획이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잠시 보류된 상태입니다. 향후 한국, 중국, 싱가포르의 리서치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를 바탕으로 한국 투자가들에게 다양한 스타일의 펀드를 소개하고, 외국인 투자가에게도 아시아 전문 또는 한국 고유의 펀드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펀드 성과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요. 향후 증시전망은 어떤가요.
▶하반기 주식시장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효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있지만 미국의 소비가 저축률 상승으로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죠. 중국도 최근에는 경기부양 속도조절에 나선 상태고요. 조정의 폭을 예상한다면 1250선 이하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지금은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장기투자자라면 내년 하반기이후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내년 하반기이후에는 다시한번 큰 장이 설 수 있다고 봅니다.

-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펀드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태인데요.
▶펀드산업의 위축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들이 주식시장에 맴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자금들이 여전히 증시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는 거죠. 이들 자금은 언젠가 다시 펀드로 돌아올 거라 봅니다. 현재 펀드산업의 위기가 단기에 해소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고령화와 저금리 등 시장상황을 고려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 펀드 불완전판매 문제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습니다.
▶펀드 판매 방식이 180도 바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펀드를 단품 위주로 경쟁적으로 판매할 경우 증시 등락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만과 실망감은 계속될 수밖에 없죠. 펀드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판매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10개의 펀드를 개별적으로 팔 것이 아니라 10개로 구성된 펀드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주기적으로 재구성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펀드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률로 평가 받게 되면 고객들도 개별 펀드의 수익률 등락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겁니다.
- 최근 펀드 환매를 고민하고 있는 투자자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최근 펀드 환매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문제는 환매이후 '어디에 투자할 것이냐'입니다. 무턱대고 묻지마 주식투자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죠. 그렇다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기회비용이 까먹게 됩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차라리 더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손실기피 심리를 극복할 줄 아는 투자자만이 재테크에서도 성공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