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지난 2일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번 정상회의는 아세안 국가간 협력을 다지는 동시에 녹색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각종 첨단기술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아세안 각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IT첨단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망을 이용해 실시간 방송을 전송하는 '모바일 IPTV'가 시연됐다. 그러나 시연하는 전시관에 이명박 대통령과 아세안 각국 정상은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30%가 '한국산'인데도 한국산 휴대폰을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 전시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
2005년말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는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서비스와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시연돼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참여하는 기업관을 비롯해 전자정부 인프라와 물류인프라, e러닝같은 테마전시관도 마련돼 'IT강국'의 이미지를 각국 정상들에게 각인시켰다. 당시 전시관을 둘러보고 한국산 IT기기를 사용해본 600여명의 각국 관계자들은 '파워플 코리아'를 연발했던 기억이 난다.
APEC에 비하면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가국들의 수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머징 마켓'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수출국들이다. 각국 정상들이 묵은 숙소에서 자국 언어의 방송을 케이블로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해놓고도, '이것이 한국 기술'이라고 설명할 기회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자국 정보통신장관에게 "한국 모델을 벤치마킹할 게 없는지 꼼꼼히 챙겨보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들이 벤처마킹한 대상에 우리의 어떤 IT첨단기술이 포함됐을지 자못 궁금하다. 지난 10여년간 우리가 쌓아온 IT기술력이 녹색과 '융합'되지 못한 채 겉도는 모습을 지울 수 없다. 더 늦기전에 정부는 '녹색'과 'IT'의 융합의 미래를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