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기획]新골드러시
어느 헤지펀드 관련 컨퍼런스 강연회의 일화다.
"선생님, 강연료를 어떤 통화로 드리면 좋을까요? 달러가 좋겠습니까? 아니면 유로가 좋겠습니까?"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짤막하게 대답했다. "골드(gold)."
(<세계경제를 비추는 거울, 황금>, 도시마 이쓰오)

그는 바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이다. 중앙은행의 '통화 감시자'로서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힘을 써온 그가 놀랍게도 다른 통화도 아닌 '달러의 대체 통화'인 금을 선택했다는 점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新골드러시(gold rush)'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가 약세로 기울면서 금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1000달러'의 벽도 뚫렸다. 지난 9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12월물 가격은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한 이래 금은 더욱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지난 10월13일 뉴욕금 현물값이 온스당 1068.3달러까지 치솟았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금값, 과연 어디까지 오를까. 지금이라도 금 투자, 괜찮을까?
◆"인플레 공포 휩쓸면 금값 더 오를 것"
"금, 지금 사도될까?" "이미 현기증 나도록 급등했는데 상투 아닐까?"
최근 급상승한 금값의 부담에 불구하고 여전히 금 투자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금값 지금이 고점인가, 아직도 상승 여력이 높을까? 최적의 투자방법은?
달러의 대체 수단으로서 또는 인플레이션 공포로 황금에 베팅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요 금융회사 전문가들로부터 금 투자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금으로 보험 들어라. 역발상이 필요한 때다. 지금 금값이 역사적으로 높다 하지만 향후 더 올라간다면 지금 가격이 낮은 가격일 수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
"금 가격은 계속 상승한다. 비중 늘여라.”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
"상승세를 탄 금은 온스당 1200달러까지 빠르게 달려갈 것이다."
(황우용 기업은행 상품기획부 차장)
독자들의 PICK!
"길게 보면 당연히 오르지만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거칠 수 있다." (문성원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
"추격매수는 부담스러운 시점이다. 관심이 몰려있는 금 외의 다른 원자재로 눈길을 돌려라." (이정걸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금값이 더 상승한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금값 온스당 2000달러' 가능성에도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라는데 견해를 같이 했다.
이관석 부부장은 "지난 1971년 온스당 35달러에 불과하던 금은 40년이 채 안 돼 30배가 넘는 고성장을 이뤘다"며 "분할 매수로 앞으로 더 심화할 弱달러와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금 가격과 반비례하는 달러의 가치가 더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금값은 크게 뛸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값 뛰어도 환율에 당할 수 있다
국제 금 가격의 향후 전망이 금빛이라 해도 국내 금값은 또 다른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 바로 원/달러 환율이다. 국제 금 가격이 오른다 해도 국내 금 가격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신한은행에 따르면 10월16일 국제 금가격은 1051.85달러, 고객이 계좌 입금시 적용되는 금 가격은 g당 3만9528원이었다.
그러면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 3월9일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938달러로 온스당 1000달러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나 국내 거래되는 금 가격은 약 4만6778원으로 오히려 이때가 더 높았다. 왜일까? 당시 원/달러 환율이 1500대를 웃돌았지만, 요즘은 1100원대로 뚝 떨어진 영향이다.
따라서 외화로 금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면 약달러 현상은 국내 금 투자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달러 하락의 리스크를 피하면서 금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선물환 약정이다. 황재호 과장은 "선물환 약정은 달러를 언제(특정일) 얼마(특정 가격)에 거래할 것인지 현재 시점에서 약정하는 것"으로 "향후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 선물환을 약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금통장으로 할까, 금펀드로 할까
그렇다면 금 투자 상품으로 가장 유망한 것은?
금 실물을 직접 사서 보관할 것이 아니라면, 금통장(골드뱅킹)을 만들거나 금 관련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우선 금통장부터 살펴보자. 금통장은 현금을 내면 시세에 해당하는 양만큼 금을 적립하거나 입출금할 수 있는 상품. 금적립통장은 현재 신한은행(골드리슈 금 적립통장, 키즈앤틴즈 금 적립통장)과 기업은행(윈 클래스 골드뱅킹)이 판매하고 있다.
돈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금을 사고팔기를 원한다면 '금 수시입출금통장'을 눈여겨보자. 국민은행(KB골드투자통장)과 신한은행(골드리슈 골드테크)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금통장 거래는 비과세 대상일 뿐 아니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돼 '세테크' 효과가 있는 것이 강점. 소액(1만원 혹은 1g 이상) 적립도 가능하다. 그러나 금값 상승에 따른 수익 외에는 따로(현금통장처럼) 이자가 붙지 않고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란 점은 유의해야 한다.
어떤 상품을 선택하든 분산투자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금 계좌인 '골드리슈'가 최근 3개월간 거둔 수익률은 5.73%, 연 환산하면 22.93%에 달한다(10월13일 기준). 그러나 최근 6개월, 1년간의 연환산 수익률은 11.41%, 5.31%로 크게 출렁거렸음을 보여준다.
금 펀드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0월13일 기준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UH)(A)'와 '신한BNPP골드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의 3개월 수익률은 각각 32.08%와 30.51%로 같은 기간 원자재펀드 평균 수익률은 9.16%과 해외주식형 유형 평균 수익률 17.98%를 훌쩍 앞질렀다.
그러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해외주식형 유형 평균 수익률에 못 미친다. 연초 이후 해외주식형 유형 평균 수익률이 50%인데 반해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UH)(A)'와 '신한BNPP골드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의 수익률은 각각 46.04%와 35.38%에 그친다.
따라서 금펀드에 투자할 때는 단지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또 '골드'가 들어간다고 해서 다 비슷한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정걸 팀장은 "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고, 금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 등도 있다"면서 "특히 금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경우 금 가격과 함께 기업의 주식도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