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간 파업 강행 시 직접 손실 30조 전망…'국민경제 현저히 해할 우려' 있을 때 긴급조정 발동 가능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과 증시를 떠받치는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이번 사태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경제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280,000원 ▲1,000 +0.36%) 노조(초기업노조)는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하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노사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정당하게 파업권을 얻은 만큼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다. 쟁의행위(파업)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치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즉시 30일간 파업 등 모든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후 중노위가 직권 조정 절차에 착수하며, 냉각기간 동안 노사는 협상을 재개하게 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노위 위원장 직권으로 중재 절차에 회부된다.
발동 요건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일 것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할 것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저할 것 등이다. 일반적인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경제와 공공성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고 판단될 때 적용되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분당 수십억원, 하루 기준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측 역시 생산 차질 규모를 20조~30조원 수준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라는 긴급조정권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시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약 35%를 차지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78%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25.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자본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산업 특유의 공정 구조도 변수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번 가동이 중단되면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2007년 기흥캠퍼스 정전 사고 당시 약 400억원, 2018년 평택캠퍼스 정전 사고 때는 약 5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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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는 공급망 안정성과 회복탄력성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고 있다.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단순 매출 감소를 넘어 글로벌 시장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에서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1993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6,840원 ▲30 +0.44%) 조종사 노조 파업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이 있다.
특히 1993년 현대차 사례는 제조업 분야에서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시 현대차(701,000원 ▲55,000 +8.51%)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 노조와 연대 파업에 돌입했고, 파업이 한 달 넘게 장기화되면서 자동차·조선 산업 생산 차질이 커지자 김영삼 정부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이후 노사는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 사태를 수습했다.
당시 자동차 산업이 한국 경제의 핵심 수출 산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그보다 훨씬 크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파업 역시 긴급조정권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역시 친노동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항공사 조종사 노조 파업이 국가 물류망과 국민 일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 파업이 가져올 피해 규모(30조원)는 대한항공 파업 당시 피해액(2063억원)의 100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예상 피해 규모가 과거 사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삼성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기업인 만큼 현재의 경영 상황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