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오픈프라이스 실효성 논란
"도대체 얼마가 오른 건지 알 수가 있나, 이거 원!"
라면, 과자, 빙과류 등으로 작년 7월 확대 실시된 '오픈프라이스 제도'에 소비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입 취지는 퇴색된 채 소매가격 부풀리기에 놀아나는 제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높게 설정한 후 대폭 할인해 주는 관행을 없애고 유통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가격을 낮추겠다는 취지에서 실시됐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값을 올린 과자·빙과류의 경우 오픈프라이스 효과가 전혀 발휘되지 않고 있다. 롯데제과, 해태-크라운제과, 오리온, 농심 등 국내 유력 제과업체는 일제히 과자 값을 평균 6~10% 인상했는데, 소매점으로 와서 가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유통업체에 따르면 과자의 소매가 인상률은 출고가보다 최고 2배 이상에 달하는 등 소매가가 출고가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올랐다. 크라운제과와 롯데제과가 출고가를 각각 8%와 11% 인상하겠다던 크라운 산도와 마가레트는 대형마트로 와서 10.7%와 18.5% 오른 3520원과 4160원에 판매되고 있다. 결국 유통과정에서 가격경쟁을 삼겠다던 당국의 오픈프라이스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오픈프라이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혼동도 여전하다. 제도의 핵심인 판매가격 표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봉천동의 A마트나 양재동의 B할인마트는 판매가격을 표시하지 않았다. A마트의 경우 약 165m², B할인마트는 약 330m² 크기의 매장을 쓰고 있어 영세한 규모는 아니었다. B마트 업주는 이에 대해 "가격 변동이 잦아 일일이 바꾸기 어렵다"고 이유를 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요즘 부쩍 값이 올랐다는데 얼마나 올랐는지, 얼마를 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예전 가격만 생각하고 과자를 몇개 집었다가 도로 놓고 올 때가 많다"며 "소매점에서 달라는 대로 그냥 줘야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영세 슈퍼의 경우 같은 점포인데도 가격을 달리 받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주인 아저씨가 팔 때와 아주머니가 팔 때 가격이 다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인권 한국경제선임연구원은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효과, 한계 및 대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소비자,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고, 선험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제도 운영은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며 "현재 권장소비자가격의 표시가 금지된 279개 품목의 수를 향후 점진적으로 줄여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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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은 가격표시제를 철폐했다가 단계적으로 이를 해제하고 있다. 촘촘하고 면밀한 단서조항이 있지만 우리와 달리 가격표시를 허용하는 추세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픈프라이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없애기 위해 제조업체의 가격인상에도 시장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들은 "소매점들의 행태도 문제지만 제조업체의 가격 책정에 부당함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농심 '신라면 블랙' 등 최근 가격이 인상된 제품 가운데 부당 인상 품목이 없는지를 감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