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일감몰아주기 뒤늦은 단속 "실효성은 의문"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의 계열사 밀어주기 역시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수익률이 저조한 계열 운용사의 펀드 팔아주기는 기본이고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 금융사에 퇴직연금을 몰아주는 것. 최근 들어 당국이 계열사 몰아주기에 제동을 걸었지만 '뒷북 단속'이라는 지적이다.

◇펀드잔액 줄어드는데 계열사 펀드만 쑥쑥=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의 계열운용사(KB자산운용) 펀드판매 비중은 52.78%로 절반을 넘어섰다. 신한은행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비중이 67.24%에 달하고 하나은행도 하나UBS자산운용 비중이 43.04%다.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판매비율이 73.61%고 삼성증권의 삼성자산운용 비중은 55.55%를 기록했다.
특히 광범위한 판매망을 갖고 있는 국민은행의 '계열사 지원사격'이 두드러진다. 이 은행은 지난해 전체 펀드판매잔액(22조4716억원)이 1조4785억원 감소했지만 계열 운용사에서 판매한 펀드(11조8611억원)는 오히려 1조원 가까이(9179억원) 늘어났다.
펀드업계는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그룹 시너지를 강조하면서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가 심화됐다고 분석한다. 어 회장은 이와 별도로 지난해 KB운용 사모펀드 2개에 5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펀드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의 펀드수익률이 하위권인데도 은행에서 계속 밀어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서 "결국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은 투자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펀드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계열사 펀드를 팔 때 비슷한 유형의 다른 운용사 펀드도 반드시 제시토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보험상품처럼 계열사 비중이 강제로 제한된 것도 아닌데 자율규제가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뒤늦은 단속이 무슨 의미?"=57개 사업자가 뛰어든 퇴직연금시장의 일감 몰아주기도 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HMC투자증권의 계열사 퇴직적립금은 전체의 89.6%에 달하고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하이투자증권도 82.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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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C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중하위권 증권사지만 퇴직연금시장에서만큼은 부동의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룹 차원의 든든한 지원 덕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금융당국은 55개 대규모 기업집단(1629개사)의 퇴직연금 도입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각 증권사에 관련자료를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대기업이 이미 퇴직연금사업자 선정을 마쳤는데 이제 와서 다른 사업자로 갈아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당국이 실태 파악을 한 들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대기업은 기아차, 대한항공, 두산그룹, 하이닉스 등 소수"라며 "기아차가 HMC로 퇴직연금을 몰아줄지가 관전포인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