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과일 구경만" 고물가 한숨... "10만원 갖고 장을? 택도없다"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10만원 갖고 네 식구 먹을 장을 본다구요? 택도 없어요."
지난 2일 서울중구 봉래동에 있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만난 주부 이서연(42)씨는 요즘 장보기가 어떻냐는 기자 질문에 "요즘 같이 살림하기 힘든 때가 없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입는 것 같은 거야 줄인다해도 먹는 것은 줄일 수도 없고…."
2주에 한 번 꼴로 장을 보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는다는 김지숙(29)씨도 "요즘엔 가계 지출에서 앵겔지수(가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가 제일 높다"면서 "정말 이제 '먹고' 사는 것이 제일 힘들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전달보다는 0.4% 올랐다. 이는 지난 1월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3.4%, 전월 대비 0.5%)보다 둔화된 수치로 14개월 만에 최저치다.
그러나 수치는 수치일 뿐, 시민들이 직접 느끼는 '체감 물가'는 싸늘하기만 했다.

◇생선 몸에 좋은 것 알지만…
수산물 코너에서 한 참을 망설이던 주부 이진숙(50)씨는 결국 장고(長考) 끝에 물가안정을 위해 한 마리에 1000원에 팔고 있는 정부 비축물량 동태 2팩을 집어 들었다.
이씨는 "사실 전단지를 보고 이것을 사러 온 거에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어 보이더니 "갈치는 비싸서 꿈도 못 꿔우리 같은 사람들은 역시 이것(정부 비축 동태)밖에 살게 없네요"라고 말했다.
장바구니조차 들고 있지 않은 이 씨 손에 들린 것이라고는 전단지에서 오려 챙겨온 쿠폰들과 방금 집어든 동태 뿐 이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만난 주부 김모씨(40)도 "생선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지만 요즘값이 너무 비싸 사기 망설여진다"며 "요즘 같은 때는 고기 먹는 사람들이 돈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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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가협회가 지난 29일 발표한생활물가동향에 따르면 약 70㎝ 정도 갈치가 마리 당 1만7800원(서울 기준)으로 두 달 전인 1월 13800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 과일 채소 값 폭등에"아이들 먹을 것만 산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과일 코너. 유독 주부들이 모여있는한 곳이 눈에 띈다.
무농약으로 재배했다는 토마토가 2 ㎏1팩에 7500원으로 '손이 큰' 토마토다. 한국물가협회에 공시된 토마토 가격이 1㎏당 7920원에 비하면 이 토마토는 가격이 싼 편이다.
담당 직원은 "29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이 토마토는 일찌감치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오늘도 준비된 양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부 오지영(38)씨는 "과일 값이 너무 올라 살 수 있는게 마땅치 않다"며 "어쩔 수 없이 아이들 먹을 것 정도만 산다"고 말했다.오 씨 카트에도 '손 큰 토마토' 2팩이 담겨 있다.
겨울철 대표 과일인 감귤도고유가로 온실 재배 물량이 줄어들면서생산량도 크게 줄어 가격이큰 폭으로뛰었다.
서울에서는 100g 기준 890원으로 지난주에 비해78%상승했다.
이날 이마트 용산점에서 판매한 '하우스 금귤'은 1.2㎏1박스가 8900원(100g 당 742원). 서울 평균가격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지만 워낙 값이 오른 탓에 주부들은 지갑이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주부 백 모씨(52)씨는 "애들이 귤을 좋아하는데 값이 너무 올라 깜짝 놀랐다"며 "금(金)귤이라더니정말 그렇다"고 말했다. 같은 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1㎏'하우스 금귤'을 8900원에 판매했다.

◇ 저렴한 PB상품에서 쉽게 지갑 열지 않아
롯데마트에 들어서면가장 먼저 눈에 띄는천장마다 매달린 거대한 홍보물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롯데마트가 '일 년 내내 자랑스러운 상품 혁명 브랜드'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인 '통 큰' 상품들이다.
통 큰 요구르트, 통 큰 카레, 통 큰 새우튀김, 통 큰 초밥 등 통 큰 상품 영역에는 제한이 없는 듯하다.
앞서 '손 큰 토마토'처럼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이라는 명분으로 출시한 '손 큰' 상품까지 세면 '통 큰', '손 큰' 상품의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마트 또한 마찬가지다. '가격혁명 상품'이라며 가리키는 곳에는 어김없이 PB(유통사 자체 브랜드) 상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PB상품인 이마트의 '이마트 우유‘와 롯데마트의 '초이스엘 신선함 가득한 우유'는둘 다 2.3ℓ 짜리가 4050원으로 같은 용량의 서울우유가 4750원, 파스퇴르가 5780원(롯데마트 6800원)인 것에 비해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그러나주부 반응은 냉담하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장을 보던 주부 안 모씨(59)는 "가격이 싼 편이지만질에 비하면 그렇게 싼 것 같지도 않다"며 "몇 번 사본 후 이제는그냥 일반 브랜드 제품을 산다"고 말했다.
평소 집 근처의 동네시장에서 장을 보지만 가끔 아이들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는다는 오윤신(36)씨도 "PB상품이 값이 비교적 싼 편이지만 전반적인 가격표를 살펴보면 쉽게 지갑을 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리즈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