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330번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있는 이곳의 좁은 밭두렁 위를 따라가다보면 '꼬마농부'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이 눈에 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에 회색 컨테이너식 가건물 벽에 '330'이라는 번지수가 적혀있다. 커피 찌꺼기로 버섯을 키우는 '버섯 재배 키트(세트)'를 만드는 예비 사회적기업 꼬마농부의 연구소 겸 공장이다.
28일 오전 이곳에서 이현수(36) 꼬마농부 대표이사를 만났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SK그룹의 사회적기업 아이디어 공모전 '세상콘테스트'에서 2위에 입상했다.
이 대표는 "보통 커피 한잔을 만들 때 약 10g의 커피 찌꺼기가 발생한다"며 "한 사람이 커피를 하루에 한잔씩만 먹는다고 가정해도 한 사람이 1년간 약 4kg에 가까운 커피 찌꺼기를 발생시키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커피 찌꺼기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통상 그대로 매립되는데, 이 경우 토양을 훼손하고 미생물에 피해를 줘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를 일으킨다"며 "커피 찌꺼기로 버섯을 키우고 나면 건강한 토양만 남아 퇴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꼬마농부는 일산 일대 스타벅스 매장 4곳에서 수거한 커피 찌꺼기에 버섯 종균을 뿌린 뒤 배양해 '버섯친구'라는 브랜드의 '버섯 재배 세트'를 만들고 있다. 섭씨 18∼24도의 배양실에서 약 1개월 간 관리하면 버섯 균이 충분히 배양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버섯 재배 세트'는 800g짜리 1개당 9000원에 아동 교육용 및 식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 홈페이지(www.0farmers.com)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올들어 현재까지 600개 이상이 팔렸다.
커피 찌꺼기는 질소 등 버섯 재배에 필요한 질소 등의 성분을 모두 갖추고 있어 커피 찌꺼기에 버섯 종균을 뿌린 뒤 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버섯이 자랄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또 커피 찌꺼기에 남아있는 카페인은 버섯을 빨리 자라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버섯 재배 세트'를 구입해 가정에서 느타리 버섯을 키우기 시작하면 통상 10일 내 싹이 나고 10일 후에는 다 자란 버섯을 수확해 먹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어린이들 스스로 버섯의 싹을 틔우고 자라게 하도록 함으로써 상당한 교육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이렇게 자란 버섯들은 맛과 영양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통상 버섯은 갓이 클수록 맛과 영양이 좋지만, 대규모 버섯 재배 업체들은 운송 과정에서 갓이 손상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갓의 크기를 작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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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개별 구매 외에 교육기관 등에서 '버섯 재배 세트'를 단체 구매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수원시 평생학습관, 과천 기후변화교육센터 등이 이미 대량 구매를 했다. 가정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방법에 대한 강연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날 인터뷰 도중에서 이 대표의 휴대폰으로 강연을 요청하는 한 구민회관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대표는 "자신이 마신 커피의 찌꺼기가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버섯 재배를 통해 커피 찌꺼기를 친환경적으로 분해하는 데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친환경 재활용 상점 '아름다운 가게' 출신이다. 이 대표의 부인 역시 마찬가지다. 우연히 커피 찌꺼기로 버섯을 재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버섯 재배 실험을 시작했다. 이어 7월 법인을 설립하고 11월 SK그룹의 '세상콘테스트'에서 입상했다. '버섯 재배 세트'의 판매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느타리 버섯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상품인 표고 버섯으로도 품종을 확대하고, 자체적으로 버섯을 배양해 분해된 커피 찌꺼기를 퇴비로 활용하는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며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전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