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자살 계기로 본 근무환경…병가 휴직자 증가추세

은행원 자살 계기로 본 근무환경…병가 휴직자 증가추세

박진영 기자
2012.06.21 17:09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은행장 리차드 힐)의 서울 지역 지점장 조모씨(49)가 실적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해 경종을 울리는 가운데 질병으로 휴직을 내는 은행원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머니투데이 6월19일 '[단독]SC은행 지점장 '실적압박'에 투신 사망'·6월20일 '지점장 자살 SC銀 '공포 전화' "오늘 꼴찌는..."' 참고)

2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에 따르면 신한과 우리 등 시중 14개 은행의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인병휴직자수(신체·정신 질병으로 휴직한 직원의 수)'는 2003년 71명에서 2010년 151명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112.7%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인병 휴가자수가 2003년 11명에서 2010년 40명으로 263.6% 증가했다. NH농협은 같은 기간 18명에서 39명으로 116.7% 늘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도 각각 1명에서 10명, 1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 큰 증가폭을 보였다.

조사는 2011년 7월 은행업계의 노동강도가 종사자들의 신체·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금융노조가 실시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SC은행은 금융노조 조사 당시 파업 중이어서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

장장환 금융노조 조직부위원장은 "은행업계 종사자들의 업무강도 및 스트레스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며 "긴 노동시간과 과도한 실적압박이 종사자들의 심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은행 등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조직내 위계질서와 고용불안정 등 스트레스는 물론 실적 경쟁에 따른 추가적인 부담감이 막중할 수 밖에 없다"며 "과도한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것은 물론 신체적인 이상까지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심해 수용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될 때는 감정을 표현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운 지인, 가족, 동료와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회사가 아무리 무리한 실적을 요구한다고 해도 자신이 대응 가능한 범위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불가능한 것에 대해 지나치게 자신을 자책하거나 몰아붙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요즘은 회사의 팀원들끼리 2박 3일간 집단상담을 받는 등 동료와 함께 상담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장생활의 고충에 큰 도움을 얻는 케이스들도 많다"며 "특히 사측에서 건강검진시 스트레스 지수 검사를 제공하거나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직원들의 건강에 대해 책임지고 관리하는 노력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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