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흘려 역보복, 수법 진화
범죄수익 환수·차단이 관건
돈을 받고 남의 집에 오물을 뿌리거나 래커칠을 하는 '보복대행' 조직이 의뢰인과 피해자 양쪽을 상대로 이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범행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에게는 의뢰인 정보를 흘려 보복을 부추기고 의뢰인에게는 신상 노출을 빌미로 협박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사적 보복대행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수익구조 차단과 철저한 범죄수익 환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 시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광수대)는 보복대행 사건과 관련해 조직 윗선과 의뢰인, 개인정보 유출경위 등을 집중수사 중이다. 일선서는 범행을 실행하는 '행동대원' 검거를 주로 담당한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보복대행 69건 가운데 60건의 실행자와 조직운영자 등 50명이 검거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의뢰인과 피해자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키워 수익을 극대화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실제 일부 조직은 피해자에게 의뢰인 관련 정보를 전달하며 보복을 부추기는 이른바 '역(逆) 보복대행'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비용 지급을 망설이는 의뢰인을 상대로 협박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범행구조는 2020년 불법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사건'과도 닮았다. 당시 주범 조주빈 등 일당은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피해자와 유료회원의 개인정보를 협박수단으로 활용했다. 대부분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점도 비슷하다.
빼돌린 개인정보를 범죄에 활용한 것도 유사점으로 꼽힌다. 박사방 일당은 지불금액에 따라 유료회원들을 3단계로 나눠 관리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얼굴과 신분증 사진을 요구했다. 사회복무요원을 통해 피해자 개인정보를 빼돌리기도 했다. 이번 보복대행 조직은 일부 조직원이 기업 외주업체에 위장취업해 개인정보를 확보한 정황이 드러났다.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단순검거만으로는 보복대행 범죄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수익을 환수하지 못하면 유사범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검찰청도 최근 관련 범죄수익 몰수·추징을 강화해 범죄 공급망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범죄수익의 상당부분이 가상자산 형태로 거래된다는 점은 현실적인 한계점으로 꼽힌다. 가상자산은 추적과 환수가 쉽지 않은 데다 현행법상 몰수 대상 범위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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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익 환수를 담당하는 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열린 학술행사에서 "몰수 대상을 현행 '물건' 중심에서 '재산' 개념으로 확대해 가상자산까지 포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민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 변호사는 "(법적) 공백이 보복대행 시장 확대의 유인"이라면서 "입법 추진시 청부범죄 보수를 몰수 대상으로 삼을 순 있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