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거래세 도입 두고 정부·정치권·업계 팽팽한 줄다리기
"과세형평인가, 정치포퓰리즘인가."
자본시장에서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을 놓고 정부·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8일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을 포함한 세법개정안이 발표되면서부터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파생상품거래세는 2016년 1월부터 시행된다. 과세대상은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내파생상품으로 선물은 약정금액의 0.001%,
옵션은 거래금액의 0.01%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는 과세시기를 3년 유예하는 만큼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필연적으로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될 뿐 아니라 세수도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이 정부와 정치권이 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핵심 논리다. 상장주식에는 이미 증권거래세 0.15%와 농어촌특별세 0.15% 등 0.3%의 거래세가 부과돼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파생상품에도 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을 제출한 이혜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주식을 팔 때 거래세가 부과되는 만큼 파생상품에도 거래세를 부과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파생상품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생상품은 일정한 증거금을 내고 레버리지를 활용해 거래되는데 거래세는 증거금이 아닌 명목금액에 부과된다. 세율이 0.001%라 해도 실제 부담하는 금액은 세율의 5배 이상 된다.
'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원칙을 실현하자면 거래세보다는 양도차익세를 도입하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자본이득세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자본시장 선진국은 파생상품시장은 물론 현물시장에서도 거래세가 아닌 자본이득세만 과세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금융기관의 경우 이미 파생상품 매매차익에 대해 법인세(22%)와 교육세(0.5%)를 물고 있다"며 "파생시장이 완전 비과세지대라는 인식은 오해"라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 대거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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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논란은 자연스럽게 시장위축 가능성에 대한 이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파생상품시장에 비과세혜택을 적용해온 이유가 시장활성화를 위해서였다는 점에서다.
정부와 정치권의 거래세 도입 추진 배경에도 거래량 기준으로 각각 세계 7위와 1위인 선물시장과 옵션시장이 이 정도 충격은 감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31일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 도입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과세 이후에도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선두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에 각각 거래세 0.001%, 0.01%를 적용하면 내년 거래량은 13%, 14% 감소하는데 그친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이를 2010년 전세계 거래소와 비교하면 올해 7월부터 적용된 거래승수 5배 인상에 따른 거래량 80% 감소까지 가정하더라도 거래량이 5억8000만건에 달한다"며 "세계 1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장 영향이 과소평가됐다는 입장이다. 코스피200 옵션의 승수가 5배 인상된 뒤 거래량이 5분의1이 아니라 10분의1로 감소한 최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와 관련, 2002년 이후 5차례에 걸친 수수료 인하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파생상품거래세가 최소 20%의 비용을 늘려 선물거래대금이 22%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측의 분석에선 빠졌지만 중국 파생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파급효과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파생애널리스트는 "아직 개방되지도 않은 중국 파생상품시장이 국내 파생시장을 턱 밑까지 추격하면서 중국이 문호를 열 경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와중에 낮은 세율이라도 거래세가 부과되면 시장간 균형이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각을 넓혀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초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00개 상장사 중 설문조사에 응답한 339개사 가운데 85개사(25.1%)가 장내파생상품을 이용하며 리스크헤지 목적이라는 답변이 82.6%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은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될 경우 피해가 증권시장에만 머문다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라며 "파생상품을 이용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실물기업의 의견이 관련 논의에서 빠져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세수효과 어디까지?
전문가들은 결국 핵심 쟁점은 세수 확보 여부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세를 강행할 경우 당장 드러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파생시장에서 연간 1437억원의 세수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달 초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1000억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전망은 이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국회 보고에서 파생상품거래세를 도입하면 거래규모가 절반 정도 줄면서 정부가 걷는 세금이 79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걷힌 증권거래세 6조8000억원의 1.2% 수준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은 한층 더 비관적이다. 연구원은 파생상품거래세가 부과되면 선물·옵션 거래대금만이 아니라 주식 거래대금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전체 주식시장 관련 세수가 지금보다 1100억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남 실장은 "정부에선 거래세 부과에 따른 파생시장 세수효과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파생시장과 현물시장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시장 영향이 파생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전체 시장에서 걷히는 세수 측면에서 보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