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줄 서서 먹는 반찬가게'··· 장사 잘 되는 이유 꼭 있다

소자본 창업 컨설팅 전문가인 '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에게 망하는 창업자의 망하는 이유 중 가장 공통적인 하나의 이유를 주문했더니 주저 없이 '준비'라고 답했다. 김연아 선수의 성공은 수천, 수만 번 넘어지는 과정의 준비를 통해 통달의 기술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동네 푸줏간을 내더라도 '상권, 사람, 상품, 유통, 전문식견, 자본 등'에 대한 포괄적인 준비 없이 그저 욕심만 내며 덤볐다간 망하기 십상이란다.
이런 충고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일 중 대표적인 것이 자신이 100% 알지 못하는 분야의 사업에 뛰어 드는 것'이라는 시중의 속설과도 맥락이 통한다. 특히 이 사람들의 특징은 고집이 세다는 것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자만과 고집으로 주변인과 경험자들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물론 사업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나 세미나들도 돈 낭비, 시간 낭비일 뿐이라며 무시하기 일쑤다. 그리고 결국에는 망한다.
'주부의 가게 사이치'는 일본의 작은 온천 도시 변두리에 있는 80평 규모의 반찬 슈퍼마켓이다. 도시 인구가 5천 명이 채 안 되는데도 주변에 대형 할인점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 간다. 그럼에도 사이치는 '줄 서서 먹을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물론 사토 게이지 사장의 경영기법이 매우 기발하되 지극히 합리적인 탓이다. 그런 그도 처음에는 절망에 빠질 만큼 어려웠었다. 갖은 노력에 남다른 발상과 경영기법이 보태져 오늘에 이른 것이다.
필자가 보는 사토의 비결은 '배짱, 절제, 메모, 인본주의'로 압축된다. 자신의 라이벌은 인근의 반찬가게가 아니라 '전국의 주부들'이다. 그녀들보다 맛있게, 위생적으로, 싸게 반찬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직원들의 친절 기준은 경쟁 가게가 아니라 주변의 모텔이다. 모델에 들른 고객이 자신의 가게에 오므로 모텔보다 더 친절하지 않으면 불친절한 가게가 되기 때문이다. 매출과 순수익보다 품질과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삼는 절제, 거기서 나오는 공존의 인간존중철학. 무엇보다 사토 사장의 압권은 '아날로그 수첩'으로 대변되는 메모의 습관이다. 사이치의 모든 경쟁력은 바로 꼼꼼한, 기술적(?) 메모에서 나온다. 과연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전 일본 사람들이 비행기 타고 와서 줄 선다는 양갱 전문점 오자사 이야기 '1 평의 기적'(서돌 출판사)과 함께 읽으면 '창업, 재출발을 위한 포괄적 준비'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줄 서서 먹는 반찬가게=사토 게이지 지음, 김경은 옮김, 김영사 펴냄. 216쪽. 1만2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