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청구서, '물가' 쓰나미가 온다...고유가·고환율 탓에 원가부담 커지는 기업들 "가격 올려야 산다"

# 오뚜기(313,500원 ▼9,500 -2.94%)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이 2024년보다 3.8% 증가한 3조6745억원을 기록했다. 외형적으론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73억원으로 20% 줄었다. 원/달러 환율과 원료·부자재 단가가 상승한 탓이다. 영업이익률은 4.8%로 업계 평균 수준인 5%를 밑돌았다. 올해는 더욱 걱정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류비 부담과 포장재 가격 인상 등 악재가 많아서다.
국내 대다수 유통·식품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산 원가 부담이 한계에 가까운 수준에 이르렀다. 밀가루를 비롯해 각종 원재료의 글로벌 가격이 오르면 국내 수입단가가 통상 2~3개월 뒤부터 적용된다. 이번 전쟁의 여파가 이르면 2분기 실적부터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인들은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져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장기적으로 원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현재 가격인상 압박 요인이 가장 큰 부분은 원/달러 환율"이라며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부재료들이 많아서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앉은 자리에서 수억원의 손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전쟁의 충격은 2분기 실적부터 반영돼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어닝쇼크'를 경험하는 유통·식품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부터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등 위기 상황이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삼립(-59.3%), 빙그레(-32.7%), 롯데웰푸드(-30.3%), 코카콜라음료(-15.5%), CJ제일제당(-15%) 등이 두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롯데칠성음료와 대상 등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영상황이 악화하자 일부 기업들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웰푸드(123,700원 ▲1,200 +0.98%)와 롯데칠성(94,900원 ▼1,000 -1.04%)음료는 각각 지난해 4월과 11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빙그레(75,200원 ▼2,900 -3.71%)와 파리크라상, 코카콜라음료 등도 희망퇴직을 받았다.
업계에선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실적이 안좋은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가격인상 외에는 답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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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격인상을 꿈도 못꾸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TF 유통구조 점검팀'을 출범시켰다. 기업들의 가격인상 움직임을 막는 등 물가를 안정화하는 게 목표다.
정부의 이런 기조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다. 원가부담이 커지고 경영 환경은 악화됐지만 가격은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오는 6월 전국지방선거 이후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기업이 등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전쟁을 비롯한 외부 요인으로 물류비 상승과 포장재 문제, 원재료값 인상 등 가격인상 압박이 심한 상황"이라며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서 시기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인데다 당장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