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수억원씩 손해" 그래도...가격 인상 꿈도 못 꾸는 기업들, 왜

"앉아서 수억원씩 손해" 그래도...가격 인상 꿈도 못 꾸는 기업들, 왜

정진우 기자, 차현아 기자, 이병권 기자
2026.04.19 09:00

전쟁 청구서, '물가' 쓰나미가 온다...고유가·고환율 탓에 원가부담 커지는 기업들 "가격 올려야 산다"

고유가·고환율에 울상/그래픽=윤선정
고유가·고환율에 울상/그래픽=윤선정

# 오뚜기(369,000원 ▼2,500 -0.67%)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이 2024년보다 3.8% 증가한 3조6745억원을 기록했다. 외형적으론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73억원으로 20% 줄었다. 원/달러 환율과 원료·부자재 단가가 상승한 탓이다. 영업이익률은 4.8%로 업계 평균 수준인 5%를 밑돌았다. 올해는 더욱 걱정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류비 부담과 포장재 가격 인상 등 악재가 많아서다.

국내 대다수 유통·식품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산 원가 부담이 한계에 가까운 수준에 이르렀다. 밀가루를 비롯해 각종 원재료의 글로벌 가격이 오르면 국내 수입단가가 통상 2~3개월 뒤부터 적용된다. 이번 전쟁의 여파가 이르면 2분기 실적부터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인들은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져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장기적으로 원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현재 가격인상 압박 요인이 가장 큰 부분은 원/달러 환율"이라며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부재료들이 많아서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앉은 자리에서 수억원의 손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전쟁의 충격은 2분기 실적부터 반영돼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어닝쇼크'를 경험하는 유통·식품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2025년 실적/그래픽=이지혜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2025년 실적/그래픽=이지혜

이들 기업은 지난해부터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등 위기 상황이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삼립(-59.3%), 빙그레(-32.7%), 롯데웰푸드(-30.3%), 코카콜라음료(-15.5%), CJ제일제당(-15%) 등이 두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롯데칠성음료와 대상 등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영상황이 악화하자 일부 기업들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웰푸드(116,200원 ▲1,100 +0.96%)롯데칠성(121,800원 ▲1,000 +0.83%)음료는 각각 지난해 4월과 11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빙그레(75,900원 0%)와 파리크라상, 코카콜라음료 등도 희망퇴직을 받았다.

업계에선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실적이 안좋은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가격인상 외에는 답이 보이질 않는다.

문제는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격인상을 꿈도 못꾸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TF 유통구조 점검팀'을 출범시켰다. 기업들의 가격인상 움직임을 막는 등 물가를 안정화하는 게 목표다.

정부의 이런 기조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다. 원가부담이 커지고 경영 환경은 악화됐지만 가격은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오는 6월 전국지방선거 이후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기업이 등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전쟁을 비롯한 외부 요인으로 물류비 상승과 포장재 문제, 원재료값 인상 등 가격인상 압박이 심한 상황"이라며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서 시기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인데다 당장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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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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