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보안상 ATM에선 금리 고지 불가능"..기술적 이유는 핑계 지적도

박상원(30)씨는 최근 10만원의 현금을 급하게 쓸 일이 생겼다. 미처 현금카드를 챙기지 못했던 박씨는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이후 인근 자동화기기(ATM)에서 손쉽게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현금서비스도 일종의 대출인데, ATM에서는 대출금리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ATM에서 예금을 인출할 경우에도 수수료를 알려준 뒤 최종 인출여부를 묻는데, 현금서비스는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며 "대출을 해주면서 대출금리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금서비스가 대부업체 수준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불만은 더욱 크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개인별 등급에 따라 상이한 현금서비스 금리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과 카드사의 자체 기준에 따라 현금서비스 금리를 다르게 적용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BC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계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금리는 연이율 기준으로 최저 6.9%에서 최고 28.5%에 이른다.
더욱이 같은 등급이라도 적용되는 금리는 다르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최우량고객에게 적용하는 현금서비스 금리가 7.84~9.94%다. 같은 조건에서 KB국민카드는 7.8~13.8%를 적용한다. 다른 카드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등급이라도 카드 이용액이 많을수록 우대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금서비스 금리체계가 복잡하게 구성돼 있지만 개인별 적용금리를 확인하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카드사들은 현재 명세서를 통해 개인별 현금서비스 금리를 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명세서를 확인하는 빈도도 줄고 있다.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특히 갑자기 현금서비스를 활용하는 경우 자신에게 적용되는 금리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TM에서 현금서비스 금리를 확인하면 좋지만 카드사 관계자는 "보안문제로 ATM에서 개인별 적용 금리를 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개인별 신용정보를 ATM에서 활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금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ATM을 활용한 편리한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카드사가 기술적인 이유를 들어 의도적으로 ATM에서 현금서비스 금리를 고지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금리 현금서비스의 구조상 금리를 적극적으로 알리면 이용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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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금서비스 금리 26~28% 구간의 적용을 받는 회원 비중이 전체의 30~40%에 이른다. 저신용자일수록 현금서비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금서비스의 이용횟수가 늘어날수록 금리도 높아지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