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서 만난 남성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만…

직장서 만난 남성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만…

황보람 기자
2013.03.02 07: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우울한 20대, 정신과 기록 남을까 '치료'보다 '상담'…병원상담 미루다 오히려 '큰 병'

A씨는 직장에서 만나 남성과의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병원은 찾지 못했다. 이직을 앞두고 있어 소문이 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혹시라도 옮길 회사에 알려 질까봐 진료기록이 남는 병원을 찾는 게 꺼려졌다"면서 "친구에게 소개받은 심리 상담사를 만나 3개월 정도 상담을 받아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정신과 보다는 심리 상담을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20대들은 혹여나 취업 등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기록이 남는 '병원 치료'보다는 '개인 상담'을 찾는 모양새다.

2011년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 수는 10년 전에 비해 63% 증가했다. 특히 20대 우울증은 지난 5년 새 가장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전 세계 질병의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정신병자로 낙인 돼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에 주저하는 이들이 많다.

심리상담사 강선덕씨는 "사람들은 정신과에 가고 우울증 약을 먹는 것을 두려워한다"면서 "소문이 날까봐 공인된 단체를 찾는 것도 꺼려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강씨를 찾은 상담자는 150명가량. 주로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지 않기를 원하는 20대들이었다.

강씨는 "상담을 할 때는 상담자가 원하는 장소로 찾아가는 등 노출이 되지 않도록 배려한다"면서 "가벼운 우울감은 상담사에게 하소연을 하고 속내를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에 나선 '한의원'들도 눈에 띈다. 한 한의원에서는 심성계발을 통해 마음병을 치료한다는 치료법을 내걸고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이 한의원은 사회적인 강박을 풀어내 우울증, 조울증, 대인기피증을 치료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대인관계를 원만히 하고 사회생활에 자신감을 회복시켜 10~30대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의원을 찾은 B씨는 "혼자 있어도 친구를 만나도 감정이 다스려지지 않았는데 한의원에 가 침을 맞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안정이 됐다"면서 "다른 사람 모르게 조용히 치유 받는 다는 생각이 들어 편안했다"고 털어놨다.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구병수 회장은 "한방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제도가 성장하는 추세"라면서 "한방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 회장은 "한방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강점이 있다"면서 "우울증 조기 예방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약물 투여나 당장의 조치가 필요한 심한 우울증이라면 반드시 정신과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증 초기 단계에서는 한방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만능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양방도 한방도 홀로 완전한 것은 아니"라면서 "치료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데 사회적인 편견을 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혼나래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 점점 줄어 치료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진료를 꺼릴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4월1일부터 약물 처방이 불필요한 정신과 외래 상담의 경우 건강보험에 정신과질환코드(F코드) 대신 보건일반상담코드(Z코드)로 청구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국제질병분류기호에 따르면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중독, 정신분열증 등 모든 정신질환은 F코드를 부여 받는다. 가벼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았더라도 F코드가 낙인 되는 셈이다.

반면 Z코드는 '건강상태 및 보건서비스 접촉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건강검진, 기타 의료 상담 등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또 정신과 진료 또한 범죄수사 목적인 경우에 한해 검찰청, 경찰청, 법원에서만 열람할 수 있다. 일부의 우려처럼 기업이 의료보험 공단으로부터 진료기록을 입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일이 없는 셈이다.

홍 교수는 "우울증은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원인이 되는 병으로 항우울제는 이를 치료하는 약으로 중독 가능성은 없다"면서 "정신과 약물이 뇌를 손상시키고 일시적인 증상 호전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빨리 와야 하는 환자들이 치료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우울증은 질병이고 질병은 반드시 의사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