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소주·위스키 알콜도수는 왜 갈수록 낮아질까?

맥주·소주·위스키 알콜도수는 왜 갈수록 낮아질까?

원종태 기자
2013.03.04 17:15

양주, 소주이어 하이트진로 드라이피니시d 도수 0.2도 낮춰

하이트진로(16,670원 ▼110 -0.66%)는 지난 2월초부터 차세대 주력 맥주인 드라이피니시d의 알콜도수를 종전 5도에서 4.8도로 낮춰 생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알콜도수 0.2도 차이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맥주 전문가들은 손사레를 친다. 알콜도수 0.1도 차이를 느끼는 입맛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가 드라이피니시d의 알콜도수를 4.8도로 낮춘 데는 만만치 않은 속사정이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맥주의 알콜도수는 4.5도. 그러나 드라이피니시d는 2010년 출시 당시 알콜도수를 5도로 다소 강하게 책정했다. 이 맥주는 일반 맥주 공법이 아닌 목 넘김 이후 잔 맛이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뒷맛을 강조한 첨단 '드라이 공법'으로 만들었다. 일본 판매량 1위 맥주인 아사히 슈퍼드라이나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같은 고급 맥주가 모두 드라이 공법으로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드라이피니시d는 제품명부터 '드라이피니시'라고 차별화했고, 알콜도수도 드라이맥주의 글로벌 스탠다드인 5도로 높였다.

◇알콜도수 0.1도에도 민감한 소비자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5도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맛은 좋은데 손님들이 알콜도수에 부담을 느껴 잘 찾지 않는다"는 소비자 반응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부터 서울거주 20∼30대 소비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긴급 음용 테스트에 착수했다. 종전 드라이피니시보다 알콜도수를 0.1∼0.5도까지 낮춘 3가지 샘플 제품을 주고 소비자의 낙점을 기다린 것이다.

소비자 입맛은 역시 예민했다. 샘플 제품 중 알콜도수 4.8도짜리 제품이 가장 맛이 좋다는 평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이트진로는 고심 끝에 드라이피니시d의 알콜도수를 5도에서 4.8도로 낮추기로 하고 지난 2월부터 생산라인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 맥주의 알콜도수를 결정하는 당분 분해 공정에서 알콜도수를 4.8도로 맞춘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드라이피니시d 알콜도수에 이처럼 신속하게 반응한 이유는 이 제품이 하이트진로 점유율 회복에 결정적 열쇠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전체 맥주시장에서 2%대인 드라이피니시d 점유율을 5%이상으로 끌어올려야 맥주시장 점유율을 50%이상 높이며 시장 1위 자리를 회복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소주, 위스키도 알콜도수 낮춰야 팔린다=알콜도수 낮추기 경쟁은 이미 다른 주종에서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전까지 소주 알콜도수는 25도였지만 1998년 23도로 낮아졌고, 2001년에는 다시 21도로, 2006년에는 20.1도로 떨어졌다. 하이트진로는 2006년 20.1도로 알콜도수를 낮춘 것 외에 19.8도짜리 참이슬 후레쉬를 별도로 내놓으며 저가 소주 시대에 대응했다. 이후 참이슬 후레쉬도 19.5도로 낮아졌고, 지난해 1월에는 19도까지 알콜도수가 떨어졌다.

소주업체들의 저가 소주 경쟁은 지방소주 시장도 흔들어 놓았다. 마산이 근거지인 소주업체 무학은 2006년 16.9도짜리 좋은데이 소주를 출시하며 히트를 쳤고, 근거지인 경남은 물론 부산 소주시장까지 장악한 원동력이 됐다. 이후 대선주조와 선양, 금복주 같은 지방소주업체들은 알콜도수를 17도 이하로 낮춘 저가 소주를 앞 다퉈 생산하고 있다.

위스키시장도 국산 골든블루가 36.5도 위스키를 내놓으며 '스카치 위스키=40도'라는 공식을 깨뜨렸다. 골든블루는 최근 4년간 연속 감소세인 위스키 판매량에도 불구,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60% 늘며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일부지역 유흥가에서는 점유율 1위 위스키에도 올랐다.

소주와 맥주, 위스키의 알콜도수는 앞으로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더 도수가 낮은 제품을 원하고 있어서다. 실제 알콜도수 20.1도짜리 참이슬 클래식과 알콜도수 19도짜리 참이슬은 갈수록 판매량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47대 53으로 근소했던 두 제품의 판매비중은 2011년 41.2 대 58.8로 벌어졌고, 2012년 35대 65로 간극이 커졌다.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19도짜리 참이슬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류업체 관계자들은 "일부에서는 알콜도수 낮추기를 더 많은 양의 술을 팔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들이 더 도수가 낮은 제품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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