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NLL 논란에 두번 운 동양 투자자 "한달만 빨랐어도"

대화록·NLL 논란에 두번 운 동양 투자자 "한달만 빨랐어도"

심재현, 오상헌, 김정주 기자
2013.10.1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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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관련법 개정안 방치…책임 논란 자유롭지 않아

동양그룹 사태로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1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피해 최소화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동양그룹 사태로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1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피해 최소화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여야 정치권이 국정감사에서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와 관련해 현재현 회장 등을 불러 질타했지만 국회 역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쟁에 묻혀 관련법 개정안을 방치하는 바람에 향후 동양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CP(기업어음) 투자자 등 채권자들과 동양 하청업체의 손실이 커질 여지를 남겼다는 이유에서다.

17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개정안 16건 가운데 15건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한번이라도 심사된 개정안은 3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12건은 길게는 13개월이 넘도록 접수 당시 그대로 쌓여 있다.

이 가운데 지난 7월말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이 여야 의원 51명과 함께 발의한 개정안은 동양그룹 법정관리인 선임 논란과 직결되는 통합도산법 제74조 2항에 관한 내용이다. 법정관리의 공정성을 위해 채무자가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한 경우 법정관리인에 선임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은 관리인 유지제도(DIP)를 통해 법정관리 기업의 기존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도록 했다. 예외적으로 기존 경영진을 법정관리인 선임에서 배제하는 때는 재산 유용이나 은닉 또는 중대한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친다.

주영순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 DIP 제도가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확보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한 경우에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될 수 없도록 규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이 개정안이 처리됐다면 법원의 동양그룹 법정관리인 선임 결과가 달라졌을 것으로 본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동양(1,055원 ▲14 +1.34%)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6,110원 ▲50 +0.83%)등 5개사의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받아들이고 기존 대표이사 대부분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 등 오너와 경영진에게 현행법상 결격 사유가 없고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제3자보다 구조조정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일단 법원이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채권단 추천 인사를 공동 관리인을 선임하는 한편 동양네트웍스의 경우 대주주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김철 대표와 현 회장의 장남인 현승담 대표를 배제한 것은 현 경영진을 견제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은 동양네트웍스 등기임원인 김형겸 상무보를 관리인으로, 채권단이 추천한 임행렬 전 신한은행 기업영업본부장을 CRO(구조조정담당임원)로 선임했다. 동양시멘트에 대해선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채권단이 추천한 김인철 전 KDB산업은행 이사에게 CRO를 맡도록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존 대주주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동양그룹 CP 투자자는 "관리인으로 선임된 기존 경영진이 부실경영과 불완전판매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들인데 앞으로는 투자자들의 입장을 형평성 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결국 국회가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개정안 처리를 방치해 투자자 손실이 커질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법률 공포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개정안이 지난달 초 처리됐다면 상황이 사뭇 다를 수 있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개정안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해도 하도급업체가 하도급 대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주요 하도급업체 500여개사가 받지 못하고 있는 대금은 1000억원을 넘는다.

현행법에서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은 금융권 채권단이나 회사채 투자자는 물론, 하도급업체와의 거래대금까지 모두 동결된다. 하도급업체 대부분이 영세업체인 데다 현금이 급한 일부 업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어음을 할인해 돈을 구하거나 동양그룹이 발행한 외상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줄부도 우려가 큰 상황이다.

동양그룹 하청업체의 관계자는 "담보대출로 당겨 쓴 3억원을 갚을 돈이 없어 사채를 끌어써야 할 판"이라며 "국감을 보니 금융감독원이 동양 관련 규제 시행을 늦췄다고 질타하던데 정치권도 관련법 처리를 미루고 있기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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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DC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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