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레임 카드산업 ②-2]질적성장 변곡점···'과당경쟁 근절, 보안투자 강화 원년으로'

택시부터 동네 구멍가게까지 전국 어디에서도 카드 결제가 가능한 나라는 전세계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몸집 키우기에 급급했던 지난 십 수년 간 소비자 보호나 이용자의 카드사용에 대한 인식은 인프라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카드사들은 2003년 '카드대란'으로 불렸던 유동성 위기를 넘긴 뒤 다시 경쟁을 시작했다. 카드사 마케팅 비용은 2005년 1조3000억원에서 4배 가량 급증했다. 신용카드 발급수도 2006년 9000만 장으로 다소 줄어드는 듯하다 2011년 다시 1억2000만장을 돌파했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신용카드의 파격적인 부가서비스에 익숙해졌다. 경쟁사보다 부가서비스를 하나라도 더 넣으려는 카드사들의 경쟁은 비용 증가와 실적악화라의 악순환이었다.
고질적인 과당경쟁 몸살을 앓고 있던 카드업계가 올해 초 큰 변화의 계기를 맞이했다. 정보유출 '홍역'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카드 활성화나 편의성만 강조했지 보안이 중요하다는 점은 간과돼 왔다"며 "정보유출 사태가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올해 방점을 '신뢰 회복'에 두고 잇달아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신한카드는 이번 달 초 '완전판매를 위한 우리의 다짐' 선언식을 열고 "고객정보를 최소한으로 활용한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초에는 본사에 '민원체험방'을 설치해 임직원들이 고객의 소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카드(53,300원 ▲300 +0.57%)도 27일 창립기념식에서 원기찬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과 고객,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소비자 보호위원회를 발족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헌장을 발표했다. 위원회를 통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수용해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보보호에 대한 '투자'도 강화됐다. 현대카드는 지난 2월 2개팀이던 정보보안 조직을 실 단위로 격상해 5개팀으로 확충하고 팀별 업무를 중첩해 이중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번달 42명인인 정보보호 인력(현대캐피탈 포함)은 올해 말 74명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의 마음가짐은 결연하기까지 하다. 현재 영업정지 상태에 들어간 이들 3개 카드사는 앞으로 모든 업무의 중심을 보안과 소비자보호에 둘 예정이다.
카드업계의 과열 경쟁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가맹점의 변화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족들의 카드를 대신 사용하거나 결제 후 대리 서명을 당연시 하던 관행이 바뀌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독자들의 PICK!
이명식 상명대 교수(신용카드학회장)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비자, 카드사, 당국 모두가 신용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신용상환 능력, 의지 등 소비자가 신용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기회와 홍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카드업계의 과열 경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 전략 대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밖에 없는 카드사 CEO(최고경영자) '단명' 구조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일부 카드사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카드사들이 그룹 상황에 따라 사장 임기가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업계 카드사 중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이번달 연임된 정해붕 하나SK사장을 제외하면 CEO까 모두 지난해 중순 이후 교체됐다. '질적 성장'의 변곡점에 선 카드업계가 성공적인 변신에 성공하려면 경영진의 잦은 교체를 피하고 장기적인 안목에 따라 경영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