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지난해 지반 굴착 난개발 막는 법안 발의…'규제'란 이유로 법안 반대

최근 서울 송파구 석촌동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발생한 지반침하(일명 싱크홀)를 막을 수 있는 규제법안이 지난해 국회에 발의됐지만 국토교통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등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하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사업자가 지하수에 영향을 미치는 지반을 뚫는 굴착행위를 하기 위해서 지자체 등 관리청으로부터 사업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기존 법대로라면 지반에 굴착공사를 진행할 경우 신고만 하면 된다.
이 법안에는 굴착 깊이가 500m 이상인 경우, 1개 사업장에서 일정 수 이상의 굴착공을 할 경우 지자체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지하수 개발, 지하수를 이용하는 시공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이 영업실적 및 기술인력을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해 무분별한 굴착행위를 제한토록 했다.
노 의원측 관계자는 "지하수 사업을 포함해 땅을 뚫는 행위에 대해서 규제가 없다보니 지하수 영향 조사, 개발 및 지반 안정성에 대한 사전·사후 조치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싱크홀 문제가 지하수 유실, 토사 유출 등 굴착행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지하수 법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지하수 법 개정안이 사실상 사업자를 규제할 수 밖에 없다는 부분이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개혁'에 반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이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지하수법 개정안에 대해 국토부에서는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며 "사업상 규제가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의원측 관계자도 "당시 법안에 대해 국토부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지하수 법은 사실상 사업자에게 규제를 강화하는 성격이 강한 부분이 있어 국토부 내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과 맞지 않아 정부에서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지하수법 개정안에 대한 필요성은 내부적으로 공감했지만 법안이 규정하는 깊이나 공수의 적정성 기준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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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굴착행위 공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굴착행위에 대한 제재가 없다면 싱크홀과 같은 안전사고를 막기 어렵다 주장한다. 지하수협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지하수 이용 시설은 147만개를 넘어섰다. 이는 단위면적 당으로 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매해 이와 같은 지하수 시설 개발 공사를 위해 지반을 뚫는 행위는 평균 2만공 이상 추진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지열에너지 활용이 확산됨에 따라 지하에 구멍을 뚫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하수 협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열에너지 활용을 위해 매 해 4만공 이상의 굴착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63만5000공의 지열공 개발계획도 수립된 상태다.
안근묵 지하수협회장은 "싱크홀과 같은 현상은 땅을 뚫는 굴착행위와 가장 밀접한 영향이 있다"며 "지반을 뚫으면서 발생하는 토사 유실, 지하수 유출 등이 지반을 불안정하게 해 내려앉게 하는 주요 원인인 만큼 이에 대한 감독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국회 국토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김상희 새정치연합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지하수 법 개정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서울 송파구 석촌 싱크홀 문제는 공사 중 발견된 지하수 관리 부실로 지하수가 교란된 것"이라며 "잘 흐르던 지하수가 굴착공사로 인해 수로가 변경돼 지하수가 유출되거나 지하수 수면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해 지반을 약화시켜 싱크홀을 유발 시킬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는 지하수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도 뒤늦게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는 11월말 민관 합동 TFT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토대로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