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 국립대회계법, 부칙서 타법 개정 꼼수

'배보다 배꼽' 국립대회계법, 부칙서 타법 개정 꼼수

하세린 황보람 기자
2015.03.02 19:26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he300]'국립대학 회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법개정 범위 벗어나"

전남대 총학생회는 지난 1월 광주 북구 전남대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회계법 반대 및 기성회비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2015.1.14/사진=뉴스1
전남대 총학생회는 지난 1월 광주 북구 전남대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회계법 반대 및 기성회비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2015.1.14/사진=뉴스1

국회가 국·공립대 기성회비를 등록금으로 통합징수하는 내용의 '국립대학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안'(국립대 회계법)을 통과시키면서 임의로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불법적' 기성회비 징수를 합법화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편법적' 타법 개정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립대 회계법을 통과시켰다. 앞서 강남일 법사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제정안의 부칙에서 다른 법률의 개정 형식으로 '국립대학법인인 대학'에 대해 실체적인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다른 법률의 개정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다음날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법안 처리에 골몰한 나머지 해당 법안에 대한 전문위원의 검토의견도 직접 듣지 않고 서면으로 대체했다. 의원들의 대체토론도 없었고, 이 문제에 대한 법률적 미비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없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13일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교문위에서도 위법성 논란은 있었다. 그러나 조만간 대법원이 '기성회비는 불법'이라는 확정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15년 봄학기부터 이를 적용하기 위해선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시급했다는 설명이다.

국립대 회계법은 국립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설립ㆍ경영하는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기존의 일반회계와 기성회회계를 '대학회계'로 통합, 기성회비를 등록금으로 징수하는 내용이다. 기성회계가 대학회계로 흡수됨으로써 국·공립대 등록금 부담률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존 등록금보다 액수가 4~5배 가량 큰 기성회비를 곧바로 등록금화 할 경우 등록금 인상률을 제한하고 있는 고등교육법에 어긋나게 된다는 것. 고등교육법 제11조에서는 "각 학교는 등록금의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법 위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국립대 회계법은 부칙 제5조에서 고등교육법 부칙 제4조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가 경미한 자구 또는 인용조문을 정리할 때 이용되는 부칙 개정을 통해 다른 법(고등교육법)의 실체적 내용까지 바꿔버린 것이다. 법사위 검토보고서에선 "(부칙 개정이) 실체적 내용을 개정하는 경우 국회 위원회 및 정부부처의 소관주의에 위반하므로 (부칙 개정은) 원칙적으로 다른 법률의 자구수정이나 경미한 사항의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또 편법으로 타법 개정을 하는 것에 더해 국립대 회계법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법인화된 국립대까지 부칙에 추가했다. '국립대학 법인인 대학'에도 2015학년도 등록금에 대해 등록금 인상률 제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특례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부칙 개정이 없으면 법인화된 국립대인 서울대와 인천대, 울산과학기술대의 경우 등록금 상한제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국회가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을 직접 개정하지 않고 보다 손쉬운 부칙 개정을 통해 '월권'을 한 것이다.

검토보고서도 이를 지적해 "법안에서 '국립대학법인인 대학'에 대해서는 전혀 규율하는 바가 없으므로 제정안의 부칙에서 다른 법률의 개정 형식으로 '국립대학법인인 대학'에 대한 실체적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다른 법률의 개정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교문위 법안소위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교육부의 이같은 꼼수 편법 논란을 제기했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는 고등교육법에 규정돼 있어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려면 사실은 고등교육법을 개정했어야 되는데, 지금 시간이 정말 너무 없고 이 문제를 3월 전까지 해결을 해야 학교 현장이 더 이상 혼란과 갈등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호소를 드린다"고 말했다.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법이 계류가 돼 있는 사이에 다른 법들을 살펴서 하자가 안 생기도록 준비를 했어야지 지금 법안소위 마지막 통과하기 직전에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법체계를 섞어 가지고 부칙을 넣자고 하는 게 어떻게 교육부의 책임 있는 태도냐"고 말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도 "나중에 그 대학들(법인화된 국립대)이 우리가 적용되지도 않는 데 왜 이런 부칙을 만들어서 적용하느냐고 국회의원들한테 항의하면 우리가 뭐라고 그래야 하나"며 "무식해서 죄송하다고 그래야 되나, 아니면 교육부가 그렇게 해서 그냥 덜컥 받았다고 그래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한편 1심과 2심 법원은 이미 '기성회비는 불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에서 학생들이 최종 승소할 경우 기성회비가 남아있는 학교의 경우 비용을 돌려받을 여지가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 기성회계는 파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