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적합업종 운영주체 민간에서 정부로…정부 "WTO 협정 위반" 난색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에는 2년 넘게 떠다니는 특별법안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자영업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다.
제정안 제목에도 들어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기업 진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업종이다. 특별법 제정안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운영주체를 현재 '민간협의체'인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청'으로 변경해 대기업에 대한 강제성을 높이고자 했다.
2013년 4월26일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원 40명이 공동발의한 특별법 제정안은 그러나 정부의 반대로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산업위 법안소위는 그해 6월18일부터 지난 6월18일까지 13차례나 이 제정안을 상정하고 논의한 바 있다. 오는 8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정부, 왜 반대하나
제정안은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동반위의 적합업종 선정이 민간 자율합의에 따라 결정되고, 대기업 사업이양 결정조차도 '권고적 효력'에 그친다는 지적이었다.
제정안의 핵심은 민간협의체가 아닌 정부기관, 중소기업청이 적합업종을 지정·고시하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청장이 대기업에 해당사업을 중소기업·중소상인으로 이양하도록 하고, 불이행하는 경우 사업이양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대기업이 사업을 이양하면 정부가 이에 따른 손실을 보전토록 했다.
13차례 논의 과정에서 중소기업청장은 매 회 '현행유지'를 주장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제화해 민간이 아닌 정부가 직접 지정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우려된다는 입장이었다. 현 적합업종 운영주체인 동반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됐으나,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민간협의체로 활동하고 있어 WTO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
오 의원은 WTO 협정 위반 여부가 '해석의 여지'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헌법이나 WTO 협정 규정을 보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를 두고 있어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적합업종 운영주체를 중기청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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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업종 선정 "간단치 않다"
정작 오 의원의 고민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자체가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우선 인과관계가 명료하지 않다. 지난 2월 동반위가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문구소매업'이 대표적이다. 학교 앞 문방구의 파리 날림이 대형마트의 문구용품 장사 때문인지, 교육청의 '준비물없는 학교' 정책 때문인지 명확치 않다. 현재는 동반위의 대형마트 문구소매업종 부문은 자율적 사업축소 권고안이지만, 이 권고안이 특별법 제정에 의해 중기청의 이양 명령으로 바뀌면 법적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제한하려는 대기업 제품이 실은 중소기업의 제품일 가능성도 있다. LED(발광다이오드) 업종이 대표적이다. 시장을 대형 외국 LED업체가 장악하고 있지만 일정 부분은 국내 중소업체들이 제조·납품한다. LED업계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중소업체들이 피해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특별법이 제한하려는 대기업 프렌차이즈의 가맹점주들은 실은 법이 보호하고자하는 자영업자이기도 하다.
오 의원은 "법이 통과됐을 때 생길 부작용과 예상되는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영세자영업자들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며 "5년이든 10년이든 한시적으로나마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입법화해 정부가 심사하고 법적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