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선배님' 예산은 성역? 심의 안되는 헌정회 '깜깜이' 예산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에 대해 국회의 예산심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해 수십억원의 정부예산이 지원되고 있지만 현역의원들이 '선배의원'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성역 예산'화 되고 있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9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헌정회 사업비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며 이를 문제삼았다. 홍 의원은 "선배 의원들이나 현역 중진 의원 등을 통해 (예산과 관련해) 압력이 들어온 적이 있다"며 "국고가 지원되는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 헌정회 올해 말까지 헬스장 설치…승마기구·안마기 등 구입예정
헌정회가 올해 배정받은 예산은 84억 5100만원. 85%가량인 72억 800만원은 연로회원 지원금이다. 내년도 헌정회 예산 79억 4900만원 가운데 연로회원지원금은 67억 6800만원으로 역시 85%가까운 규모다.
올해 예상 중 연로회원지원금(72억 800만원)을 제외한 12억 4300만원은 헌정회 자체 사업비로 사용된다.
헌정회는 해당 예산으로 승마형운동기구와 안마기 등을 구입, 건강관리실(헬스장)을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역사탐방' 명목의 해외여행, 회원 생일축하사업, 산악회 등 친목단체 운영지원비 등으로 사용된다.
홍 의원에 따르면 헌정회는 여의도 국회 안에 위치한 건물 내부에 올해 12월까지 건강관리실을 설치키로 하고 시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헌정회 건물 내부의 특별위원실과 컴퓨터강의실을 합쳐 건강관리실을 만든단 계획이다. 헌정회는 시공업체와 2129만원의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헌정회는 또 건강관리실에 △러닝머신 1대(594만원) △좌식싸이클 3대(1대당 220만원) △싸이클런 1대(330만원) △승마형운동기구 1대(220만원) △안마기 2종 각 2대 (1대당 998만원, 700만원씩 각 2대) 등을 구입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기구 구입에만 총 52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헌정회 측은 "장비구입 수량 및 예상 구매단가는 납품업체와 현재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당초) 헬스트레이너를 고용하기 위해 2016년도 예산(편성 시) 요구는 있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전액 삭감돼 유지인력 고용 계획이 없다"며 "연로한 회원이 헬스트레이너 없이 운동할 수 있는 장비만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매년 '역사탐방' 명목 해외여행·생일선물
헌정회 회원들은 매년 편성되는 '역사탐방'예산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헌정회는 올해 "선조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유적지를 찾아 우리 민족사를 재조명하고자 한다"며 여행비로 총 706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해에도 역사탐방비로 동일한 금액이 편성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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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역사탐방 예산은 일부 삭감된 6707만원이 편성됐다. 이와 관련 헌정회 관계자는 "워낙 회원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보니 현재 20만원의 자부담금을 30만원으로 인상키로 했다"며 감액 이유를 설명했다.
홍익표 의원실은 역사탐방 예산과 관련 역사탐방 참가자 명단, 여행사견적서, 상품계약서, 출장보고서 등을 포함한 회계증빙자료 일체를 요구했지만 헌정회 측은 전혀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정회의 깜깜이 예산은 또 있다. 올해 예산 기준 △사회봉사활동지원비(1200만원) △생신축하사업비(6780만원) △창립기념행사비(5273만원) △친목단체운영지원비(2250만원) △회원접대비(9672만원) 등 각종 사업명목으로 약 11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편성됐다.
헌정회 측은 "양로원, 노숙자쉼터, 대형 재난사고현장, 일선장병 위문 등의 명목으로 사회봉사활동비를 지원받아 이를 통해 헌정회의 역할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개선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봉사활동 내역은 공개된 바 없다. 홍익표실에서 '사회봉사활동 내역 및 참석자 명단'을 요구했으나 이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생신축하사업비'는 말그대로 회원 생일마다 보내는 동양란이나 와인 등 선물비용이다. '창립기념행사비'는 만 80세 회원에게 공로패를 전달하는 비용, '친목단체운영지원비'는 헌정회 내 산악회, 걷기동호회 등 친목단체 예산으로 집행되고 있다.
홍익표 의원은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헌정회 측이 사업비 사용내역에 대한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관련 예산을 추가로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월 120만원'받는 헌정회 회원…"추가 감액필요" 지적

정부는 올해 헌정회 예산으로 80여억원을 편성, 보조금 형태로 집행하고 있다. 해당 예산 대부분은 이른바 '국회의원 연금'으로도 알려져있는 '연로회원지원금'으로 집행된다.
연로회원지원금은 2013년 8월 '대한민국 헌정회육성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원 특권폐지'란 명목으로 대폭 삭감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해당 예산을 추가로 감액해야한단 지적이 제기됐다.
◇ 헌정회 예산 85%는 '월 120만원' 연로회원지원금으로 지급
9일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사무처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도 헌정회 예산집행 및 사업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헌정회는 전체 66억원 가량의 정부보조금의 대부분인 60억 가량을 일부 회원들에게 월 120만원씩 지급하는 연로회원지원금으로 사용했다.
올해 국회 헌정회에 편성된 전체 정부예산은 84억 5100만원의 85%가량인 72억 800만원도 연로회원 지원금이다. 내년도 헌정회 예산 79억 4900만원 가운데 연로회원지원금은 67억 6800만원으로 역시 85%가까운 규모다.
헌정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2015년 월평균 410여명이 월 120만원에 달하는 연로회원금을 '65세 이상 연로회원에 대한 생계보호'란 명목으로 수령했다. 내년도 예산은 이보다 조금 늘어난 470명이 월 120만원을 지급받는 것을 기준으로 편성됐다.


이에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해당 예산을 삭감해야한단 의견을 내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부좌현, 신정훈, 박수현, 권은희 의원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최근 2년간 연로회원지원금 지급 대상자가 약 420명이고 월 집행액이 약 5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내년도 연로회원지원금도 약 6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맞춰 7억 6800만원 정도를 감액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홍익표 의원은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고로 연로회원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반대지만 (이를 삭감하려면) 법을 바꿔야되니까 일단 나머지 사업비 예산이라도 삭감해달라"고 촉구했다.
◇ 하루만 일해도 의원연금? 법 개정 후 폐지됐지만…
연로회원지원금은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해야한단 목소리가 나오면서 2013년 8월 13일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개정을 통해 대폭 삭감됐다. "국회의원은 1일만 일해도 연금받는다"는 비판에 따른 것.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에 따르면 연로회원지원금 수령 대상은 2012년 5월 29일 이전에 국회의원으로 재직한 연로회원, 즉 19대 이전 국회의원으로 한정된다. 19대에 처음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부턴 사실상 연금을 지급받을 수 없단 얘기다.
또 기존 수급자 중에서도 △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 이상인 경우 △제명 또는 유죄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 등에는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헌정회의 장이 연로회원지원금 지급대상 여부에 대한 조사를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기초연금(20만원)이나 6·25 참전용사 수당(17만원) 등에 비해 월 120만원은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란 점을 들어 여전히 국회의원이 과도한 혜택을 받고 있단 비판이 제기된다.
불투명한 산정 기준도 문제다. 지급액 산정 및 수령대상 선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헌정회 정관으로 결정되도록 하고 있어 지급내역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단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헌정회 정관에 따라 연로회원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기준에 맞는 전직 의원들이 지원금을 수령하고 있는지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국회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헌정회 회원만 1000여명…"옛 민정당계 의원이 주축"

헌정회는 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단법인으로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을 근거로 한다. 총 회원 수는 2793명이며 이가운데 별세한 의원을 제외한 현재 회원 수는 1360명이다. 전직 의원 1063명과 현직 의원 297명으로 구성돼있다.
헌정회는 1968년 창립된 국회의원 동우회를 전신으로 한다. 이후 1979년 사단법인으로 복지부에 등록한 뒤 1989년 '사단법인 대한민국헌정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이 제정, 공포된 것은 1991년 5월이다. 국회 법인으로 등록된 때는 1994년 10월이다.
13~16대 의원을 지낸 신경식 전 한나라당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부회장은 서영희 전 유신정우회 의원, 김일윤 전 한나라당 의원, 권해옥 전 민주자유당 의원, 강인섭 전 한나라당 의원, 김옥두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 이윤수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 임복진 전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다.
헌정회는 △정책연구와 건의 △헌정기념 사업 △사회발전정책과 사회복지문제 연구 △기관지 등 간행물 발간 △국제협력증진 사업 △회원 상호 간 친목사업 △회원 후생 및 복지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헌정회는 또 매년 정책연구개발비를 지원받으며 정책연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각 분과는 정치·경제·교육문화·청소년국제·안보통일·과학정보통신·노동환경·지방자치·보건복지·국토교통 분과위원회로 나뉘어있다.
헌정회는 실제로 영토·통일·역사문제 특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정책논의를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노동개혁과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마크리퍼트 주한미대사, 박재갑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언론사 논설위원 등을 초대해 강연을 들었다.
천여명에 가까운 회원을 두고 있지만 헌정회 의제를 주도해 나가며 활동하는 주축 의원은 제한돼있단 의견이 제기된다. 헌정회가 2013년부터 '역사바로세우기 특별위원회'를 구성,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히는 등 특정 이념을 위한 활동을 해온 것이 이를 방증한단 설명이다.
(관련기사☞'전직 국회의원 모임' 헌정회, 정부 예산으로 '국정교과서' 특위)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헌정회가 매월 발간하는 '헌정'잡지를 보면 뉴라이트 잡지에 버금가는 내용을 싣고 있다"며 "전두환 정권 당시 구 민정당 계열 의원들이 주축이 되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국고지원을 받으면서 특정이념을 대변하는 등 사조직이나 사모임처럼 운영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직 의원 모임에 국고 지원하는 나라 한국밖에 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전직 국회의원에 대해 국가 지원 하는 나라가 있나. 국회 입법조사처 등을 통해 알아봤더니 (아무 곳도) 없다고 한다"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헌정회 예산은 '보조금' 형태로 지원받는 정부예산과 헌정회 사업 등으로 충당하는 자체 예산으로 구성돼있다. 그러나 자체예산의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올해 헌정회 예산 89억 3300만원 가운데 헌정회 자체 예산은 4억 8200만원이다. 나머지 84억 5100만원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충당된 정부 예산인 셈이다. 해당 예산의 대부분은 이른바 연로회원지원금으로 65세 이상의 의원이 사망 시까지 월 120만원을 지급하면서 사실상 의원연금의 기능을 해왔다.
문제는 주요 국가 가운데 이처럼 정부 예산으로 전직 의원들을 지원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주요국 의회의 경우 전직의원으로 구성된 단체에 대해서 국고지원을 하는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또 퇴직 의원에 대해서도 대부분 별도로 의원연금제도를 운영, 의원 본인이 납입한 세비를 연금으로 되돌려 받는다고 지적했다.
◇ "美 전직의원연맹, 정부 세금 지원 없다"
입법조사처 측은 대표적인 전직의원단체로 미국의 '전직의원연맹'(FMC·The United States Association of Former Members of Congress)을 꼽으며 해당 연맹에 의회 차원의 지원이나 정부의 세금을 통한 지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직 상·하원 의원 60여명으로 구성된 FMC는 1970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엔 친목모임의 성격이 강했으나 이후 시민참여 등을 증진시키기 위해 비당파적이고 비영리적인 시민단체(NGO)성격으로 변모했다.
FMC 활동은 대부분 전직 의원들이 국내외 민주주의를 증진하기 위해 공익자선활동(pro-bono)을 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FMC 예산은 회비, 연례 기금모집행사, 개인과 단체의 기부 및 후원을 통해 활동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FMC는 1983년 의회 승인(Congressional charter)을 받은 공익단체지만 의회에 대해 연차보고 의무를 두는 것을 제외하면 의회는 해당 단체에 감시·감독권 행사하지 않는다. 의회가 해당단체에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

◇ 美·英·佛 의원연금제도…의원 재직 시 세비에서 일정액 납부
의원연금 제도는 주로 의원재직시 세비에서 일정액의 기여금을 공제한 뒤 퇴직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의원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다. 이가운데 국고 예산을 지원받는 독일을 제외하곤 국회의원이 일정 부분 기여금을 납부한 뒤 이를 연금 형식으로 지원받는 '직역연금' 형태의 연금제도를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의원은 전 국민 대상의 기초연금(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면서 의원연금제도에 의해 보장되는 이중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의원은 기초연금에 가입할 필요 없이 의원연금제도가 독자적인 특수직역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금기금을 조성하기 위해서 미국·영국·프랑스는 모두 의원급여에서 일정한 비율로 기여금을 공제한다. 의회 역시 일정비율로 고용기관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미국은 공무원연금제도(CSRS·Civil Service Retirement System)의 경우 의원 급여의 8%, 연방공무원연금(FERS·Federal Employees' Retirement System)의 경우 급여의 1.3%를 부담한다. 또 최소 5년 이상 재직할 경우에만 연금이 지급된다. 이 때 급여한도는 최종급여의 80%를 초과할 수 없다.
영국의 경우 의회연금법을 통해 의원 보수의 5.9%~11.9%를 납부한다. 이 때 기여율에 따라 최종급여액도 달라진다. 프랑스 역시 의원 첫해부터 15년까지 급여의 15.7%, 이후 급여의 7.85%를 납부하도록 했다.
연금개시 연령은 독일이 67세로 가장 높고(1947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에는 65세) 프랑스가 60세로 가장 낮다. 미국은 의원 재직기간과 공무원 재직기간을 합산한 기간에 따라서 연금개시 연령이 다르지만 5년 재직의 최소요건을 기준으로 보면 62세다. 영국의 경우 65세부터 연금급여가 개시되지만 감액연금을 선택할 경우 55세부터도 수령이 가능하다.
대부분 국가는 최종급여를 기준으로 연급급여의 한도액을 정하고 있다. 미국의 CSRS는 연금급여가 의원의 최종급여의 8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FERS는 연금액에 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영국은 연금급여의 한도를 의원의 최종급여의 3분의 2로 제한하고 있으며 독일은 연금 급여의 한도를 최종급여의 67.5%로, 프랑스는 최종급여의75%로 정하고 있다.
"헌정회 사업비 11억 전액 삭감하고 국회 환경미화노동자 임금 증액해야"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에 편성되는 예산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한다. 그러나 현역 의원 입장에선 쉽게 증감액을 주장하기 어려운 '성역'예산이라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재선 이상의 의원입장에선 본인도 사실상 헌정회 회원인데다 19대에 처음 국회에 들어온 초선 의원입장에선 '선배님'들의 예산을 심의해야 한단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헌정회 예산 비판이 눈에 띄는 것은 그 때문이다. 홍 의원은 9일 열린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첫째, 전직의원모임에 국고를 지원하는 나라는 없다. 둘째, 국고지원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다. 셋째, 헌정회에 2급 공무원까지 파견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관련 예산을 삭감할 것을 주장했다.
홍 의원은 실제로 지난 5일 헌정회 예산에서 연로회원지원금을 제외하고 기본 경비나 사업비 등으로 편성된 예산 11억 8000만원을 전액 삭감해야한단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정회 사업비로 사용되는 11억원이면 현재 국회에서 근무 중인 환경미화 노동자를 비롯한 용역 근로자 임금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헌정회 예산 감액 요청과 동시에 국회 환경미화 노동자의 임금을 '시중노임단가'에 맞춰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10억 4000만원을 증액해야한단 의견을 제출했다. 또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휴식공간에 정수기를 설치하는 예산 1400만원도 증액요청했다.
홍 의원은 앞서 정부 지침에 맞춰 국회 사무처가 증액요청한 국회 청소노동자 임금예산을 기획재정부가 대폭 삭감한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홍 의원에 따르면 당초 국회사무처는 국회 용역근로자 임금을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에 맞추기 위해 내년도 예산으로 총 67억 2300만원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2012년 1월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과 마련한 기준에 따른 것이다. 당시 정부는 논의 끝에 공공부문 용역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야한단 기준을 마련했다. 시중노임단가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노동자 평균시급이다.
정부는 올해 1월에도 "국회·법원 등의 헌법기관도 기준에 준해 자체 개선방안을 마련·추진함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에따라 국회 사무처는 청소노동자 207명의 내년도 월 평균임금을 올해 146만원에서 173만원으로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 67억 2300만원의 예산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심사과정에서 물가상승률만 반영한 최저임금 수준인 149만 원으로 월 평균임금을 조정, 총 예산을 56억8300만 원으로 삭감했다. 기재부 측은 한정된 예산으로 추가 편성이 불가능하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홍 의원은 헌정회 사업비 예산과 같이 꼭 국고로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떨어지는 예산을 감액해 청소노동자 임금 예산을 올려야한단 주장이다. 홍 의원은 "사실 헌정회 연간 예산이 80억원씩 들어가는데 이것은 적은 돈이 아니다. 물론 (전직 의원 중에) 빈곤문제가 심한 분들도 있지만 이는 국민 일반의 노인빈곤문제로 접근해야지 연로회원지원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헌정회 측 의견을 보면 기초노령연금 등 노인복지 확대를 반대하는 분들도 계시다"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기관이 아닌 모임인만큼 차라리 현역 국회의원들이 월 100만원이라도 내서 운영비를 지원하든지 (정부 예산이 아닌) 다른 재원조달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