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원리로 카드 수수료 인하, 합의 다해놓고 폐기?

시장 원리로 카드 수수료 인하, 합의 다해놓고 폐기?

정영일 기자
2015.12.30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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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카드수수료 인하법①]

이른바 '적격비용 산정' 방식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산정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카드 전표 매입 시장에 경쟁 논리를 도입하는 법안이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열려 있지만 법안처리 시도도 하지 못해 '식물 상임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무위원회의 덫에 걸려 있다. 상임위가 '네탓공방' 속에 공전을 거듭하며 처리가 미뤄지고 있어 최악의 경우 이대로 폐기되는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해당 법안은 카드 수수료 결정에 있어서 중소 가맹점들이 주도권을 잡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이대로 폐기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결만 남은 카드수수료 경쟁체제 도입法

29일 국회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회사 들에게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양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다.

지난달 27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여야는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처리합의된 법안 중 하나였던 대리점법이 양당 지도부 협상에서 관광진흥법과 맞교환되며 소위가 중단됐다.

개정안은 신용카드 전표매입 업무에 은행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카드 전표 매입에 경쟁요소를 도입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법에는 가맹점은 신용카드 거래로 생긴 채권을 신용카드 업자 외에는 양도할 수 없게돼 있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전표 매입을 카드사가 독점하다보니 가맹점 수수료를 카드사가 제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법안이 통과돼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카드사와 은행 등 중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기관에 전표를 팔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은행이 신용카드 매출 전표를 양수할 수 있도록 해 카드 전표 매입에 경쟁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이를 통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이 대금결제에 참여해 가맹점의 유동성 제약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시 수수료도 올리나?" 시장논리 반하는 수수료 결정구조

특히 개정안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현행 카드 수수료가 비시장적인 정부 개입에 의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여전법과 감독규정에는 수수료율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되 예외적으로 영세·중소 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여신협회와 카드사 등은 3년에 한번씩 수수료 원가 재산정 작업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맹점과 카드사의 의견을 반영해 카드 수수료를 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전국 238만개 가맹점 수수료율을 0.3~0.7%p 낮춘 바 있다.

그러나 가맹점 수수료는 일종의 가격인데 법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치권이 '중소상공인의 표를 얻기 위해 카드사들의 팔을 비틀어 수수료율을 낮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카드사들 역시 수수료 인하로 인한 비용 부담을 회원 할인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향후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3년후 수수료 원가 재산정시에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릴 것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경쟁시장을 만들고 끊임없이 시장이 경쟁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며 "개정안이 시장을 만드는 방향인만큼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 나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길 먼 수수료 시장 조성

법안이 의도한 효과를 내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시장이 작동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신규 카드 전표 매입사가 얼마나 등장할지가 관건이다.

금융위는 시스템 구축비용 등 상당한 초기 비용이 필요해 신규 매입자가 신용카드 결제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이나 BC카드 등이 카드 전표 매입 사업을 검토했다가 수익성이 낮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 수수료 시장에서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이유가 매입사 독점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있는 만큼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카드를 안받는 가맹점은 세무조사를 받게 돼 있는 소득세법이나 현금과 카드결제의 가격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 등은 수정이 필요하다.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가맹점의 협상력을 떨어뜨려 시장 기능이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을 찾아내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며 "국회와 금융당국, 카드사들이 시장을 정상화 시키고 가맹점이 자기가 원하는 매입사를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시행까지 1년 정도는 시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간 동안 구체적인 시행방안과 카드 수수료 시장 경쟁 도입을 위한 다양한 방안 등에 대해 각 기관에서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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