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 활발…도입 가능성↑

야권,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 활발…도입 가능성↑

유동주 기자
2016.06.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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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더민주·국민의당, 경쟁적으로 관련법 발의하고 토론회 개최… 정부여당은 기업부담 우려에 '신중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모임'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같은 대기업의 반사회적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징벌적 배상제도를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모임'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같은 대기업의 반사회적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징벌적 배상제도를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존 리 옥시 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존 리 전 대표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이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 회수나 판매 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다수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뉴스1
존 리 옥시 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존 리 전 대표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이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 회수나 판매 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다수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뉴스1

20대 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적 공분을 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입법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野, 관련 법안 발의하고 토론회 열어 분위기 조성

개원과 동시에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법안 발의와 토론회 개최가 이어지고 있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담아 대표발의했다. 지난 16일엔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이 아예 전면적 도입을 골자로 하는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지난 15일 '소비자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쟁점과 도입방향'이라는 정책토론회를 열었고, 안철수 당 대표도 축사를 통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 의원의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은 제조업자가 제조물 공급 전 결함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우려를 알면서도 그 결함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면 손해액의 12배 범위내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박 의원의 제정안은 적용범위를 제조물 등 특정분야에 한정하지 않는다. 징벌적 배상제도를 '특별법' 형태로 제정해 전면적으로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징벌적 손해배상금 한도는 기존에 징벌적 손해배상 내용이 일부 들어가 있는 하도급법, 기간제법 등을 참고해 최대 3배까지 배상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표창원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기업의 잘못으로 인명피해가 난 경우 기업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인명피해 야기 기업 처벌법'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지난 15일 개최하기도 했다.

◇법률시장 확대 원하는 법조계…정치권과 연계해 적극적 요구

이처럼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19대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도 변호사업계를 중심으로 줄곧 제도 도입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살리기 위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변호사와 교수 1100명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모임(징손모)'에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와 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대국민 서명 운동에 나서며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지난달 30일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과의 소송절차개선 연구협의회 간담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와 법조계에서 관련 논의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오는 27일엔 대법원 소속 사법정책연구원과 국회 입법조사처가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적정화를 위한 민사적 해결방안 개선’이라는 주제로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사법과 입법기관의 공동주최라 볼 수 있는 이 심포지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위자료 현실화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우리 법·행정체계와 안 맞고 시기상조"…부작용 우려도

입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장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집단 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논의된 채이배 의원 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위헌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실장은 "미국은 전통적으로 사법부가 발달한 나라이고 우리는 유럽처럼 행정부가 발달한 나라로 불법행위 억제 기능을 미국은 법원의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우리나라는 행정부의 과징금제도를 통해 주로 수행하는 법집행 시스템 차이를 고려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과징금 제도로도 충분히 기업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식 손해배상제를 추가하는 것은 과잉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여당의 시각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20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게 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19대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던 지난 달 옥시 사건과 관련해 "현행 법 체계로도 손해배상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며 "우리 법체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를 일반화하는 문제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밝혔다.

공정개래위원회, 법무부 등 관련 중앙부처도 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정위는 법체계 문제, 남소 우려, 기업활동 위축 우려 등으로 신중검토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는 민형사상 책임을 나눠 보는 우리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고 초과배상책임에 대한 소송을 일반적인 민사소송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지 여부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여소야대 국면+옥시 사건 공분'…입법 가능성 어느 때보다 높아

다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하도급법·기간제법·신용정보법 등 특정분야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 물꼬를 연열었기 때문에 확대 도입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높다.

특히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야당이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옥시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큰 상황은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게 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단기 이슈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되고 있어 국민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점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론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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