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러다임 전환기]②은행등 눈치보다 뒤늦게 법 제정…핀테크 성장 '발목'

국내 첫 크라우드 펀딩 도입 핀테크기업 한국금융플랫폼이 지난달 법원의 청산 명령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06년 설립한 이 회사는 개인에게 투자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사이트 ‘머니옥션’과 기업에 투자하는 ‘오퍼튠’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처음 크라우드펀딩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크라우드 펀딩의 ‘꽃’으로 불리는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크라우드 펀딩법이 설립 10년 만인 2015년에야 제정된 탓이다. 법이 만들어질 당시 이미 회사는 30억원대 부채를 떠안고 있었다.
크라우드 펀딩법이 최초 발의된 건 2013년. 국내에 허용되지 않은 ‘투자형’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투자형은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이라 모금액이 적은 ‘기부형’이나 금리 부담이 있는 ‘대출형’에 비해 개인과 기업이 모두 선호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를 주장하며 이 법을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편입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중소기업청은 크라우드 펀딩의 당초 취지인 창업 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 지원과 소액 투자 활성화를 살리기 위해 창업지원법 개정안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3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뒤늦게 열린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 뛰어든 핀테크 스타트업들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가 여전히 은행 눈치를 보면서 규제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며 “이행보증금이나 투자한도, 해외송금업자 등록 자격 등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2012년 미국에선 신생기업의 자금조달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일명 ‘잡스법’(JOBS, 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이 제정됐다. 신생 기업의 상장절차를 완화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대폭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르네상스 캐피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공개(IPO) 기업의 71%가 잡스법 덕분에 상장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동안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은 2013년 34개에서 2017년 3월 현재 186개까지 447% 늘었다. 이중 미국 기업이 100개에 달한다.
크라우드 펀딩 내용을 보면 스타트업의 등록면제요건과 거래요건을 낮춰 활발한 증권발행과 개인 투자를 유도했다. 제시한 요건은 △1년간 발행총액 100만달러(약 12억원) 이내 △1년간 개별투자자 투자상한선을 넘지 않은 경우 △등록 브로커 또는 펀딩포탈을 통한 거래 △발행회사의 투자자보호 관련 규제사항 준수 등 4가지만 지키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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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은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진출조차 못하게 하는 지나친 사전 규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현행 규제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도 검토해 볼만 하다”며 “스타트업 정책 연구를 총괄하는 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유사 규제와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